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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정치인의 동성 애인… 사랑하기엔 위험했다 [몰아보기 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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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죄가 아니라고 한다. 하지만 죄가 되는 시절이 있었다. 영국에선 1967년까지 동성끼리 사랑을 하면 형사처벌을 받았다. 사랑을 차별했던 시기, 한 영국 유력 정치인이 동성과 사랑에 빠진다. 위태롭게 이어져서 슬프도록 아름다운 사랑이었을까. 아니다. 금전 문제로 관계가 악화됐고, 정치인은 기득권을 하루아침에 뺏길까 봐 노심초사하다 음모를 꾸민다. 왓챠 드라마 ‘베리 잉글리시 스캔들’은 20세기 영국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막장 실화를 화면에 세밀히 묘사한다.
제레미 소프(휴 그랜트)는 자유당의 주요 정치인이다. 상류층 출신으로 옥스포드대를 나왔고, 여러 차례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는 당수 후보로 꼽히며 정치적으로 도약하려는 시점에 난처한 상황에 처한다. 오래전 사귀었다가 헤어진 연인 노먼 스콧(벤 위쇼)이 제레미의 어머니에게 협박성 편지를 보내서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인데 도와주지 않으면 자신과의 농밀한 관계를 폭로하겠다는 내용이 편지에 담겼다. 제레미는 재정 후원자이자 정치 동료인 피터 베셀(알렉스 제닝스)에게 고민을 털어놓으며 도움을 요청한다. 제레미와 한배를 탄 거나 마찬가지인 피터는 노먼을 만나 윽박을 지르기도 하고, 달래기도 하면서 제레미의 정치적 뇌관을 제거하려 한다.
노먼의 감정은 롤러코스터 같다. 피터가 돈을 정기적으로 주면서 달래자 제레미와의 옛일을 잊고 새 삶을 사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마땅한 직업이 없는 데다 방랑기질까지 있어 정착하지 못한다. 여자를 만나 결혼하고서도 자신의 삶을 찾지 못한다. 노먼이 막다른 길목에 몰릴 때마다 떠올리는 사람은 제레미다. 그를 향한 감정은 복수심과 연정, 회한이 뒤섞여 있다.
노먼이 잊을 만하면 협박을 해오자 제레미 역시 분노를 감추지 못한다. 그는 결혼을 하고, 아이까지 가졌다. 가족밖에 모르는 정치인으로 애써 포장을 해놓았는데, 노먼이 망칠 기세다. 제레미의 분노는 청부살인 시도로 이어지고 일은 엉뚱한 방향으로 흐른다.
제레미의 스캔들은 영국 계급사회의 실체를 드러낸다. 부족함 없이 살아온 상류층 제레미에게 노동자 계층 노먼은 한낱 노리개 취급을 받는다. 제레미는 노먼에게 연서를 보내고 ‘버니’라는 애칭으로 그를 부르지만 둘 사이는 연심보다는 상하복종으로 맺어진 관계다.
노먼은 구속될 위험을 무릅쓰고 경찰서를 찾아가 제레미의 행실을 고발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경찰들의 폭력이다. 감히 의원님을 무고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정보기관은 영향력 있는 귀족인 제레미를 알아서 보호하려 비밀스러운 조치를 취하기도 한다. 제레미는 종종 지인들에게 무리한 부탁을 하는데, 지인들은 사회적 위계 때문에 대놓고 거부하지 못한다.
휴 그랜트와 벤 위쇼의 호연을 보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특히 그랜트의 악역 연기는 인상적이다. 한때 근사한 미소와 다정한 말투로 로맨틱 코미디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그는 악역이 더 안성맞춤인 배우가 됐다. 영화 ‘패딩턴2’(2017)에서 미소로 악을 감춘 인물 피닉스를 연기하더니, 드라마 ‘언두잉’(2020)에서는 소시오패스 성향 의사를 맡아 눈길을 끌었다. 감독은 스피븐 프리어즈.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1985),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 등으로 한때 영국 영화계 앞자리를 차지했던 인물이다. 노장은 쉽게 죽지 않음을 서스펜스와 위트와 풍자가 넘치는 연출로 증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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