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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려고 공수처 만들었나"라는 靑의 유체이탈

입력
2022.01.05 04:30
27면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김진국 민정수석 사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국민소통수석이 21일 청와대 춘추관 대브리핑룸에서 김진국 민정수석 사의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논란에 대해 “이러려고 우리가 이렇게 (공수처를 만들려고) 했던가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의 무차별 통신조회가 부적절했다는 인식을 드러냈지만, 검찰개혁 명분으로 공수처를 무리하게 출범시킨 당사자의 반성은 어디에도 없다. 지금이라도 공수처가 제대로 기능할 수 있도록 여야와 함께 머리를 맞대 개선안을 내놓아야 한다.

조선일보 유튜브에 출연한 박 수석은 “30년 숙원을 거쳐 (공수처가) 생겼는데 부족한 것은 사실”이라면서 공수처의 부적절한 수사를 우회적으로 시인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6월까지 경찰이 180만 건, 검찰이 60만 건, 공수처는 135건의 통신기록을 조회했다”며 불법 사찰이 아니라는 공수처 입장을 두둔했다. 검찰의 잘못된 수사관행을 답습하는 공수처의 행태는 지적하지 않았다. 조회 건수가 적다면 취재기자의 가족은 물론 야당 정치인, 시민단체 관계자의 통신을 무차별적으로 뒤져도 된다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번 논란은 공수처의 태생적 한계에서 비롯된 측면이 크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건을 맡은 수사팀이 성과에 급급한 나머지 절제의 수사기법과 국민 기본권을 무시하다 사찰 논란을 자초했다. 수사력 부재는 출범 첫해 제로(0)의 수사성과로 현실화했다. 지휘부에 수사 경험이 전무한 판사 출신을 앉히고 검사 정원(25명)도 채우지 못한 상태에서 출범할 때 이미 예상된 결과였다. 불완전 출범을 둘러싼 우려를 무시한 채 공수처 입법을 단독ㆍ강행 처리했던 정부 여당의 책임이 가볍지 않다.

그렇다고 무소불위 검찰 견제라는 공수처의 대의까지 무시할 수 없다. 야당의 공수처 폐지 주장은 신생 프로구단의 창단 첫해 성적이 저조하다고 해체를 요구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출범 첫해 드러난 난맥상을 치유하는 게 우선이다. 수사기관의 통신조회 남용 방지를 위한 민주당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추진에 맞춰 입법ㆍ행정부가 공수처의 근본적 개선안을 마련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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