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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의 고통에 공감한 귀한 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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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은 이 병(우울증)을 몰라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고 임세원은 '죽고 싶은 사람은 없다'라는 책 첫머리에 환자들에게 종종 듣고 했다는 이 말을 인용했다. 학부부터 전공의 과정까지 11년을 공부하고, 국가 공인 전문의 자격증을 딴 그였기에 그 말이 그렇게 듣기 싫었고, 수긍할 수도 없었다고 썼다. 하지만 2013년 그는, 자신이 겪던 정신적 육체적 '고통'에 대한 단상을 기록한 짧은 에세이를 "공부가 더 필요하다"는 담백한 다짐으로 맺었다. 저 변화의 간극 사이에 그가 깨달은 바를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이렇게 이해했다.
불행과 고통은 대개 거시적으로 설명되지만, 고통의 경험은 항상 미시적이라는 것. 타인의 고통은 아무리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맥길 통증지수의 숫자처럼 결국은 추상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 환자의 정신과 감정에 개입해서 "행복을 잃어버린 사람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것"이 업이었던 그는 11년 의학 공부로 채우지 못한 바를 자신의 고통과 사유로 만회할 수 있었다는 고백.
그는 물리적 통증과 우울증의 한밤 단상을 이렇게 썼다. "가족 모두가 아직 곤하게 자고 있는 새벽 세 시,(...) 작은 감각에도 예민해진다.(...) 늘 아프던 곳은 더 아프게 느껴지고, 평소 불편함을 잘 느끼지 못했던 부위까지 고통이 느껴진다. 괴롭다/ 힘들다/ 하루를 시작하는 것이 너무나 두렵다./ 이대로 해가 뜨지 않았으면(...) 이렇게 시작된 하루는 끝없는 고통의 연장일 뿐이다."
그는 이 책에, 교과서와 임상 경험으로는 충분히 알지 못한 우울과 불안, 절망과 극단적 충동에 대한 이해와 조언을, 겸허한 온기를 담아 기록했다.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의사 겸 성균관대 의대 교수로서 많은 환자에게 희망을 되돌려주고, 한국형 표준 자살예방교육프로그램 '보고 듣고 말하기'의 개발을 주도했던 그가 3년 전 오늘 별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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