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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이어 야당까지 통신 조회 의혹 휘말린 공수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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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언론인 통신자료 조회 문제가 야당 정치인, 민간인 사찰 논란으로 번지고 있다. 이달 초부터 잇따라 확인된 기자에 대한 공수처의 통신자료 조회 사실이 지금까지 약 70명에 이른다. 언론인만이 아니라 국민의힘 의원 7명에 대한 기록 조회도 드러났고, 공수처 관련 보도를 한 기자의 가족, 검언 유착 혐의를 받았던 기자의 지인도 조회당했다.
통신자료 조회는 수사기관 등이 수사 대상자와 통화한 사람을 파악하기 위해 이름과 주민번호, 주소 등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일이다. 공수처는 적법한 수사였을 뿐 사찰과는 무관하다고 한다. 하지만 대상이 언론인, 야당 정치인이라면 논란이 불거질 게 뻔하다. 애초 수사에 더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게다가 '이성윤 황제 조사' 보도를 한 기자에 대해 법원 영장까지 발부받아 통신 내용을 파악한 것은 권한을 넘어선 수사라는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여러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공수처가 더 적극 해명해도 모자란데 침묵하는 것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다짜고짜 이를 야당 탄압이라거나 대선 개입이라고 정치적으로 몰아붙이는 것도 과도하다. 국민의힘은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소집해 공수처를 "독재정권의 게슈타포" "단순 통신사찰이 아니라 대선 개입"이라고 성토했다. 윤석열 후보는 한술 더떠 "공수처의 존폐를 검토해야 할 상황"이라고 했다. 수사 과정에서 필요해 통신 사실을 확인한 것을 탄압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근본적인 문제는 오래전부터 인권 침해 지적이 끊이지 않았던 전기통신사업법 조항이다. 이에 따라 법원이나 수사기관, 국정원은 영장 없이도 통신자료 수집이 가능하고 조회당한 사람에게 통보할 의무도 없다. 지난해 하반기에만 이런 식으로 수사기관이 가져간 자료가 256만 건이라고 한다. 공수처만의 문제가 아니라 검경 수사기관의 낡은 관행을 고치려고 지난 국회에서 여러 법안이 발의됐지만 논의도 없이 폐기됐다. 정쟁보다 국회가 나서서 법을 고치는 게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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