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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이 질병이 아니던 시대를 살다

입력
2021.12.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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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4 월터 허드슨

공식 기록 역사상 6번째로 육중한 몸을 지녔다고 알려진 월터 허드슨. alchetron.com

공식 기록 역사상 6번째로 육중한 몸을 지녔다고 알려진 월터 허드슨. alchetron.com

1992년 1월, 미국 뉴욕 햄스테드의 46세 남성 월터 허드슨(Walter Hudson)의 장례식에서 비만 치료사 딕 그레고리(Dick Gregory)는 "허드슨의 (음식)중독은 누구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았다. 약물이나 알코올, 인종주의, 담배를 비롯한 온갖 종류의 중독, 탐닉보다 그의 중독은 무해했고'' "그는 순무 한 조각을 얻기 위해 누구도 걷어찬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장례식에 참석한 1,000여 명의 주민들은 한때 '세상에서 가장 뚱뚱한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됐고, 살을 빼기 위해 숨지던 무렵까지 운동과 식이요법을 포기하지 않았던 그를 '점잖은 거인(Gentle Giant)'이라며 애도했다.

그의 먹성은 요즘 활약하는 '먹방 유튜버'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아침 식사로 두 상자의 소시지와 약 한 근의 베이컨, 달걀 12개, 빵 한 덩이를 먹었고, 점심에는 햄버거 4개, 더블치즈버거 4개, 감자튀김 5봉지, 저녁에는 빅사이즈 햄스테이크 3개, 치킨 두 마리, 구운 감자와 고구마 각 4개, 브로콜리와 케이크가 일상적인 메뉴였다. 스낵과 음료수 등 간식도 물론 즐겼다. 그는 자신이 먹는 음식량을 겸연쩍어했다. '전성기'의 그는 키 178㎝에 몸무게 635㎏이었고, 1987년 침실에서 나오는 '모험'을 감행했다가 문에 끼여 구급대가 출동해야 했던 적도 있었다.

그레고리의 도움으로 운동과 유동식 다이어트를 감행, 한때 최대 270여㎏이나 감량한 적도 있었지만 달라진 몸보다 먹는 걸 더 좋아했다고 한다.

그는 1991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심장마비로 숨졌다. AP뉴스에 따르면 그의 당시 몸무게는 약 465㎏이었고, 경찰과 소방구조대는 침실 벽 일부를 헐어 시신을 운구했다. 동업자와 함께 여성복 온라인·카탈로그 판매 사업을 하던 그에겐 38세의 약혼녀가 있었다.

미국의학협회(AMA)는 2013년 비만을 질병으로 규정했다. 이후 비만은 개인적 미용의 문제가 아니라 의료적 개입의 대상, 사회적 비용 절감을 위한 국가적 관리의 대상이 됐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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