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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오류 논란에 '셀프 자문' 의심까지 받는 평가원

입력
2021.12.15 04:30
27면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정답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응시생들이 지난 10일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수능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정답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한 응시생들이 지난 10일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오류 논란을 빚고 있는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에 대한 이의신청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평가원 간부가 활동하는 학회에 자문을 구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드러났다. 수험생들의 소송 제기로 법정 공방에 휘말린 평가원이 정답 처리 과정에서도 공정성 논란을 초래해 혼선을 가중시킨 셈이다.

올해 수능에서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20번 문항은 문제의 조건 자체에 결함이 있어 오류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평가원은 “문항 조건이 완전하지 않다”고 인정하면서도 정답에는 오류가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평가원이 자문을 한 3곳의 학회 중 2곳이 “문제에 이상이 없으며 기존 정답을 유지해야 한다”고 의견을 낸 게 반영된 결과였다.

하지만 이상 없다는 판단을 내린 두 곳의 학회에서 평가원 간부들이 주요 직책을 맡은 것으로 뒤늦게 알려졌다. 출제 오류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평가원이 일종의 셀프 자문을 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두 곳의 학회는 어떻게 의견을 취합했는지에 대해서도 밝히지 않았다. 반면 평가원 인사들과 무관한 한국유전학회는 정답 처리에 대해선 결론을 유보했으나 문제 자체가 이상하다는 점은 분명히 지적했다.

서울행정법원이 지난 9일 생명과학Ⅱ 응시생 92명이 제기한 정답 결정 처분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해 해당 문항의 정답 결정은 법원의 판단에 맡겨졌다. 해당 과목을 선택한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아직도 확정되지 않은 탓에 대학들의 수시 합격자 발표가 늦어지는 등 입시 일정이 순차적으로 지연될 상황이다. 법원은 입시 전형의 혼선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 17일 예정된 1심 선고 기일을 15일로 앞당겼다. 법원에서 해당 문항이 오류라는 판결이 나오면 평가원은 출제 오류뿐만 아니라 정답 정정조차 제대로 하지 않아 대학 입시 피해를 가중시켰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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