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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연방판사의 비극적인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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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앨라배마주 연방 항소법원 판사 로버트 반스(Robert S. Vance)에게 1989년 12월 16일 작은 소포가 배달됐다. 크리스마스 선물인 줄 알고 열자마자 소포가 폭발했다. 그는 즉사했고 아내는 중상을 입었다. 파이프 폭탄이었다.
이틀 뒤 애틀랜타주 검찰총장이, 이어 애틀랜타 연방법원과 플로리다 전미유색인지위향상협회(NAACP) 잭슨빌 지부가 유사한 포장의 소포 폭탄을 받았다. 미 주류담배총기폭발물단속국(ATF)과 지역 경찰 등이 제때 개입해 추가 인명피해는 없었다.
세모의 미국 전역이 공포에 휩싸였다. 연방경찰(FBI)은 사상 최대 규모의 팀을 구성, 우편 당국 등의 협조하에 방대한 양의 연말 소포 전량을 검색하는 한편 문제의 폭발물 발송지 추적에 나섰다. 용의자를 특정하게 된 결정적 단서는 폭발물 뇌관 해체에 동원된 ATF 한 베테랑 요원이 제공했다. 17년 전 그가 적발한 파이프 폭탄과 제조 방식 등이 거의 유사하다는 것. 그 용의자가 54세의 백인 남성 월터 무디(Walter Leroy Moody, 1935~2018)였다.
FBI는 통신 감청과 계좌 추적 등을 통해 그의 범죄 사실을 확인, 이듬해 7월 13일 그를 체포했다. 1972년 파이프 폭탄 제조 및 상해 혐의로 체포돼 5년형을 산 그는 자신의 전과 기록 삭제 청원을 기각한 앨라배마 법원에 앙심을 품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반스가 맡지도 않은 재판이었다. 무디는 수사 당국이 '인종증오' 범죄로 오인하도록 나머지 폭탄 수령자를 정했다고 자백했다.
로버트 반스는 앨라배마 인권변호사로서 1950년대 말부터 굵직굵직한 사건을 맡았고, 1960년대 판사로서 당시 민사재판의 불문율이던 '전원 흑인 배심원단은 불가하다'는 금기를 깨뜨린 인물이기도 했다. 1977년 지미 카터 당시 대통령 지명으로 제5항소법원을 거쳐 1981년 10월부터 제11항소법원 판사로 재직한 그는 직무 관련 테러로 숨진 20세기 미국 세 번째 연방판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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