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대선후보 등이 표심을 의식해 확정된 정부 정책에 잇달아 이견을 제기하면서 혼란을 부르는 일이 거듭되고 있다. 이번엔 가계대출 규제 문제다. 무차별적 총량규제로 실수요자 피해가 적지 않다는 비판이 일자,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지난 2일 “대통령이 되면 대출 규제를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7일 한술 더 떠 “대출 규제를 통해 집값을 잡겠다는 건 현실을 모르는 죄악”이라며 정부를 맹폭했다.
유력 후보들의 정책 비판은 섣부른 정책 변화 기대를 낳기 십상이다. 특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대선 캠페인을 뒷받침한다며 번번이 정부에 정책 변경 압력을 가함으로써 국정 혼란은 물론, 정부·여당 스스로 정책 신뢰성과 일관성을 훼손한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이 후보의 대출 규제 비판 하루 전인 지난 6일에도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갑작스레 내년 1월 시행 예정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정부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7일엔 국회 기자간담회를 통해 박완주 민주당 정책위의장이 “가계대출 규제와 관련, 실수요자와 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10일 금융 당국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물론 무차별 대출 규제는 실수요자, 또는 금융약자의 금융이 아예 차단되는 부작용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코로나19 피해 소상공인 등 실수요자 피해를 최소화하자는 지적이 많았고, 정부도 여론을 주시하며 개선책을 강구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대선 캠페인을 타고 ‘DSR 2단계 완화’ 같은 정책기조 자체를 흔드는 과도한 주장들이 난무하는 건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부·여당은 이미 가상자산 과세 유예나 다주택자 양도세 완화 문제 등의 논란을 통해 선거 바람이 확정된 정책까지도 뒤흔들 수 있다는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 정책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선거도 좋지만 국정이 이렇게 어지러워서야 되겠는가.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