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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부세 대상 2%라지만... 세입자에 부담 떠넘기기 '나비효과' 우려

입력
2021.11.22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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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부담에 전세→월세·전세보증금 올려
늘어난 종부세에 세입자 부담↑ 연쇄 현상
"국민 98%는 종부세 안 내" 정부 대응도 논란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 해당 아파트 주민이자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 소속 회원들이 종부세 위헌청구 소송을 독려하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뉴스1

22일 서울 서초구의 한 아파트 입구에 해당 아파트 주민이자 종부세위헌청구시민연대 소속 회원들이 종부세 위헌청구 소송을 독려하는 안내문을 게시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한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되자 납부 대상자뿐 아니라 집을 구하는 무주택 세입자의 근심도 깊어지고 있다. "세금 내기 싫으면 집을 팔라"는 정부의 의도와 달리 다주택자들이 세부담을 덜기 위해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움직임이 빨라져 임대차 시장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세의 월세화' 가속 우려에 세입자도 끙끙

22일 부동산 중개업계 등에 따르면 종부세 납부 대상자들은 고지서를 확인하고 동요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서울 송파구 문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양도세 부담에 당장 매물을 내놓는 집주인은 없지만 문의 전화는 빗발치고 있다"며 "최근 수도권의 아파트를 상속받아 종부세가 지난해 10만 원에서 1,500만 원으로 올라 당황한 60대 부부도 있다"고 전했다.

늘어난 보유세가 임대료 상승으로 이어져 임차인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곳곳에서 감지됐다. 이날 부동산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당장 수천만 원에 이르는 종부세를 마련하지 못해 전세를 반전세로 돌리거나 월세를 올리는 등 세입자에게 부담을 요구했다는 글이 속속 올라왔다. 자신을 2주택자라고 밝힌 A씨는 "종부세를 낼 현금이 없어 내년부터 반전세로 돌리겠다고 세입자에게 얘기했다"며 "5년간 보증금을 올리지 않은 덕에 세입자도 이해해줬다"고 밝혔다.

김규정 한국투자증권 자산승계연구소장은 "다주택을 소유한 집주인이나 법인이 세부담에 전세보증금을 올리거나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현상이 연쇄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며 "종부세 영향이 없는 공공임대는 전체 임대차 물량의 10%에 불과해 종부세 관련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종부세 부담에도 당장 매도에 나설 다주택자는 적을 것으로 관측된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과 양도세 부담에 내년 대선 이후까지 '버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양도세가 높은 상황에서 매매보다 증여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며 "대선 이후로 처분 여부 결정을 미루는 관망세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인구수 기준 부과 대상 2%도 논란

종부세 고지서가 발송된 이날 "국민의 98%는 종부세 부과 대상이 아니다"라는 정부의 대응도 논란을 불렀다. 기획재정부는 종부세 부과 대상(94만7,000명)이 전 국민(5,178만 명)의 2% 수준이라고 강조했는데, 고가의 주택을 보유했다는 이유로 소수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편 가르기'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정부가 영유아까지 포함된 인구수를 기준으로 제시한 부과 대상 2%부터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지난 16일 발표한 '2020년 주택소유통계'에 따르면 주택을 한 채 이상 보유한 유주택자는 1,469만7,000명이라 주택보유자 중 종부세 부과 비율은 6.4%다. 유주택·무주택자를 포함한 전체 가구수(2,092만7,000가구)로 따져도 종부세 부과 대상 비중은 4.5%에 이른다.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에게만 종부세가 부과돼도 세부담은 가족 전체에 미치는 점을 간과했다는 뜻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정부 발표는) 팩트 자체는 맞지만 하나의 사실만을 얘기하는 건 진실을 호도하는 셈"이라며 "관련 통계를 모두 공개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이승엽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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