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품 장사냐, 소비자 수리권이냐' 애플 자가 수리제 논란

입력
2021.11.18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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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애플이 내년부터 도입하는 자가 수리제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애플은 전세계적으로 강조되는 '소비자 수리권'(right to repair) 등 이용자의 권리 보장이라고 주장하지만 일각에서는 애플이 부품과 수리도구까지 판매한다며 비판하고 있다.

애플이 18일 발표한 자가 수리제는 이용자가 애플의 부품과 수리도구를 구입해 아이폰이나 맥북 등 애플 제품을 스스로 고치는 것을 말한다. 애플에 따르면 이용자들은 내년부터 정식 수리 센터를 가지 않고 '아이폰12'와 '아이폰13'의 화면, 배터리, 카메라 등 각종 부품과 수리 도구를 구입해 집에서 직접 고칠 수 있게 된다. 이를 위해 애플은 관련 용품을 별도 판매하고 수리 설명서와 교육도 제공할 방침이다.

애플은 자가 수리제를 우선 미국에서 시작하지만 내년 중 한국을 포함해 전세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대상 제품도 아이폰 뿐 아니라 노트북 '맥북' 등 다른 제품으로 확대된다.

올해 애플이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아이폰13'. 뉴스1

올해 애플이 새로 내놓은 스마트폰 '아이폰13'. 뉴스1

애플은 이번 조치가 소비자 수리권 보장이라고 주장한다. 제프 윌리엄스 애플 최고운영책임자는 "수리가 필요한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제공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소비자 수리권은 소비자가 구입한 제품을 스스로 고칠 수 있는 권리다. 미국 시민단체들은 전자제품업체들이 소비자 스스로 제품을 수리하지 못하도록 만들어 환경폐기물이 증가하고 있다며 소비자 수리권을 오래전부터 주장했다. 이에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제조업체들의 수리 제한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고, 매사추세츠 등 27개주들도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따라서 애플은 이런 움직임에 가장 먼저 대응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 이용자들은 의견이 다르다. 애플의 비싼 수리비 때문에 사설 수리센터와 중국 관련용품 업체들이 잘 나가다 보니 뒤늦게 애플이 이를 의식했다는 시각이다.

그동안 애플은 비싼 수리비 때문에 원성이 자자했다. 아이폰의 터치 화면이 고장 나면 상태에 따라 수십 만원의 교체 비용이 발생하고 배터리 교체도 3만~4만원을 넘어갔다. 그 바람에 많은 이용자들이 애플의 정식 수리센터가 아닌 저렴한 사설 수리센터를 이용하거나 아마존 등에서 중국산 수리도구와 부품을 합쳐 1만~2만원에 구입해 배터리 등을 스스로 교체하기도 했다.

그만큼 업계에서는 애플의 자가 수리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이득을 보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이며 수리업체들만 타격을 볼 것으로 내다 봤다. 모 IT업체 대표는 "애플은 특수 나사와 밀봉기법으로 제품을 만드는 가장 폐쇄적인 업체"라며 "뒤늦게 소비자 수리권을 주장하는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또 다른 IT업체 개발자는 "애플의 자가 수리 정책으로 득을 보는 것은 애플이며 사설 수리업체와 중국 관련용품 업체들이 타격을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자가 수리 정책이 모든 이용자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관련 지식을 가진 전문가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따라서 부품과 수리 도구 판매로 얻는 수익이 크지 않고 이용자들에 대한 기존 사후관리(AS) 정책도 축소되지 않는다는 것이 애플 입장이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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