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덜 떨리는 손, 무조건 파킨슨병 때문?

입력
2021.11.17 2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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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떨리는 수전증은 대개 35세 이상에서 발생하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손이 떨리는 수전증은 대개 35세 이상에서 발생하기 쉽다. 게티이미지뱅크

젓가락을 사용하거나 글씨를 쓰거나 커피를 마시는 등 어떤 행동을 할 때 손이 떨리는 것을 ‘수전증(手顫症)’이라고 하고, 머리가 떨리면 ‘두전증(頭顫症)’이라고 한다. 이들 증상을 의학적으로는 ‘본태성 진전’이라고 한다. 본태성 진전은 유전적 원인이 50% 이상이다. 손이 계속 떨리면 뇌 건강을 챙겨야 한다는 신호일 수 있다. 수전증은 대개 35세 이상 발생하기 쉽고 대다수 환자가 40대 이상이다.

◇생리ㆍ유전적 영향, 파킨슨병이 원인

손 떨림은 발병 원인에 따라 크게 생리적 수전증, 본태성 수전증,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으로 나뉜다.

생리적 수전증은 잔뜩 긴장하거나 크게 흥분하면 나타날 수 있다. 흥분ㆍ불안ㆍ피로ㆍ스트레스가 심하거나 긴장 상태일 때 손이 떨릴 수 있다. 카페인을 섭취한 뒤 미세하고 간헐적인 떨림도 생리적 수전증에 해당된다. 이 경우 별다른 치료를 하지 않아도 자연히 회복될 수 있다.

본태성 수전증은 특별한 감정 변화나 컨디션 저하가 없는 데도 글쓰기, 컵 들기, 수저ㆍ젓가락질 등 손을 쓸 때 발생하는 떨림이다.

본래 체질, 유전적 영향 때문에 발생하기에 ‘본태성(本態性)’이라고 부른다. 본태성 수전증은 손이 떨리는 것 외에 다른 증상은 나타나지 않고 마음이 진정되거나 술을 마시면 증상이 약해지기도 한다.

건강에는 문제 없지만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본태성 수전증은 치료를 받아야 증상이 완화된다.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은 중증으로 이어지기 쉽다. 수전증 원인인 파킨슨병 자체를 치료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뇌 퇴행성 변화로 생기는 파킨슨병은 신경전달물질의 하나인 도파민의 생성과 분비가 잘 되지 않아 뇌 운동회로에 변화를 일으킨다.

박창규 경희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에 의한 수전증은 주로 안정 시 발생하고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거나 다른 일을 하면 떨림이 멈추는 반면, 가만히 있을 때는 특별한 증상이 없다가 어떠한 움직임(식사, 글씨 쓰기 등)을 할 때 손 떨림이 발생하면 본태성 진전(수전증)일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이 밖에 수전증 원인으로 당뇨병이나 저혈당, 갑상선기능저하증, 뇌 질환이나 근육 이상, 약물 이나 알코올 중독 등이 꼽힌다.

◇뇌 절개하지 않는 초음파 수술 나와

수전증 치료는 단계별로 이뤄진다. 증상 원인에 따라 치료법이 달라진다. 기본적으로 처음에는 약물을 투여하는 치료를 시도한다.

먼저 본태성 수전증은 교감신경 흥분을 억제하는 베타차단제나 몇 가지 종류의 항경련제를 사용한다.

갑상선 이상으로 생긴 수전증은 치료 과정에서 대증요법으로 베타차단제를 쓰이고 한다. 알코올 중독에 의한 수전증도 베타차단제인 프로프라놀롤이 처방된다.

만일 뇌졸중으로 인한 수전증이라면 재활 치료로 방향을 바꾼다. 한번 손상된 중추신경계는 완전히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 완화를 위한 재활 치료를 시행한다.

일정 기간 약물로 치료해도 효과가 충분하게 나타나지 않으면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수술은 떨림을 유발하는 뇌 시상부 뇌핵에 전기 자극기를 넣어 조절하는 ‘뇌심부자극술(DBS)'과 초음파로 두개골 내 시상부에 손상을 줘 떨리지 않게 하는 ‘초음파 수술’이 시행된다. 뇌심부자극술은 머리에 조그만 구멍을 뚫어 전극을 집어넣어야 하는 반면, 최근 각광받고 있는 초음파 수술은 머리에 구멍을 뚫지 않고 진행한다는 장점이 있다.

김명지 고려대 안산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국내에 보편화된 뇌심부자극술은 뇌에 전기 자극을 가해 뇌 활동을 더욱 활성화하거나 억제하는 방식의 치료법”이라고 했다. 뇌심부자극술을 받으면 가슴 부분에 삽입되는 자극발생기ㆍ배터리를 지속적으로 체크하는 진료를 받아야 한다.

최근에는 ‘자기공명영상 유도 고집적 초음파 수술(MRgFUSㆍ고집적 초음파 수술)’이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수술의 장점은 뇌를 절개하지 않고 치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진우 세브란스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고집적 초음파 수술은 머리를 절개하지 않고 자기공명영상(MRI)을 이용해 뇌 속 병변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1,024개의 초음파를 조사(照射)해 병변을 녹이는 획기적인 치료법”이라고 했다. 고집적 초음파 수술은 침습적 수술과 달리 당일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환자 부담이 적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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