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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의 노예가 되다

입력
2021.11.18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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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일자리(Dejobbing) 시대가 오고 있다. 아침이면 출근해 8시간 동안 일하고 저녁에 퇴근하는 고정된 일터의 종말을 의미하며, 각자가 전 생애에 걸쳐 '일의 포트폴리오'를 꾸려 가며 살게 된다는 뜻이다. 일을 제공하고 필요로 하는 당사자들을 연결하는 플랫폼 서비스가 생겨나면서 필요할 때마다 임시로 채용하는 크라우드 워커(crowd worker), 즉, 플랫폼 노동이 확산 중이다. 미국의 일자리 연결 플랫폼 '업워크(Upwork)'에는 1,0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등록되어 있고, 거래 규모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른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배달, 드라이버, 가사노동자, 프리랜서와 같은 불안정 노동자들이 플랫폼으로 빠르게 흡수되고 있다.

오늘날 플랫폼 노동자들의 대다수는 저임금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고 있으며, 인공지능 알고리즘에 의해 더욱 효과적으로 통제된다. 코로나19로 배달 수요가 급속히 늘어나면서 배달노동자의 취약한 처지는 사회문제화되었고, 지난 11월 10일 라이더유니온과 화물연대가 라이더보호법 제정, 안전운임제 도입을 요구하며 청와대로 항의 행진을 벌이기도 하였다.

앙헬 구리아 전 OECD 사무총장은 "우리가 과거 100년 동안 정비해 놓은 사회보장제도는 고용자와 피고용자 간의 안정된 관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런데 이 관계의 경계가 무너지고 있다. 일자리라는 것이 오늘날 도대체 무슨 의미를 갖는가?"라며 탈일자리 시대에 대한 전 사회적인 대응이 절실함을 역설한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배달노동자를 둘러싼 노동 통제, 사회보장제도의 미흡, 노동자로서의 단결권 배제 등은 앞으로 대다수 일하는 사람들에게 닥칠 일이다. 탈일자리 시대, 앞으로 사람들은 플랫폼을 통해 일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카카오, 배달의민족, 쿠팡과 같은 거대 플랫폼 기업들이 불안한 고용을 빠르게 흡수하며, IT 기술과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우리 일상 속의 노동에 대한 통제를 강화해나가는 현상을 기술혁신과 시장의 논리로 보고만 있어야 할까? 다행히 한편에서 집단적인 대응의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업앤고, 그린택시쿱, 페어몬도, 라이프매직케어협동조합, 한국대리운전협동조합 등은 '플랫폼 협동조합'으로서 플랫폼을 활용하는 노동자와 사용자 등 이해당사자가 스스로 소유하고 운영한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아쉽게도 그 전개가 더디고 아직은 영향력이 약하다. 정부와 지자체 등 공공부문이 플랫폼을 직접 구축하여 운영하거나 협동조합 등 사회적 경제기업에 위탁하는 형태로 플랫폼을 공공화해보는 건 어떨까. 플랫폼 사용자들이 거대 독점기업에서 공공 플랫폼으로 옮겨 갈 수 있도록 서비스 수준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는 없을까. 그래서 탈일자리 시대, 일하는 사람들 스스로 새로운 형태의 건강한 일과 삶을 만들어 가도록 환경을 조성해보자.

더 이상 IT 기술을 앞세운 거대 플랫폼 기업이 시장의 자유라는 이름하에 힘없는 개인들을 알고리즘의 노예로 만드는 것을 지켜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또한 고정된 일터 중심의 사회보장 정책을 넘어 고용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의 안정성을 보장하도록 복지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여야 한다. 사람들이 잠시 일에서 벗어나 있을 때, 경제적 불안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기본소득이 보장되어야 한다. 4차 산업혁명이 우리의 삶을 긍정적으로 바꿔 낼 수 있으려면 기술을 따라가는 것이 아닌, 정책과 제도로 기술 발전의 방향을 만들어 가야 한다. 지금이 그때이다.



강민정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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