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상급자의 성추행으로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이예람 공군 중사 사건 즈음에 또 다른 공군 부사관(하사)이 강제추행 피해를 당한 뒤 사망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이 사실을 공개한 군 인권단체는 공군이 피해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원인을 성추행이 아닌 ‘업무과중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예람 중사 사건 당시 회유와 협박, 지연 보고 등 성범죄를 감추려 했던 공군의 석연치 않은 대처가 되풀이된 것이다.
15일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공군 8전투비행단 소속 부사관 A씨는 지난 5월 11일 오전 숙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A씨는 부서 상관인 B 준위와 주임원사에 의해 발견됐는데 A씨의 시신을 발견한 B 준위는 컴퓨터 책상 위에 있던 노트를 들고 집 안을 수색하는 등 증거인멸에 해당하는 행동을 했다. 군사경찰은 B 준위가 A씨의 숙소를 홀로 방문하고 업무와 상관없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자주 보냈다는 사실을 확인했고 부대상황실에서 A씨의 볼을 잡아당기는 등 강제추행한 사실을 자백받았다고 한다. 성추행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군사경찰은 6월 초 이 사건을 단순 변사 처리하면서 “보직변경에 따른 업무과다, 코로나19로 인한 통제 등에 따른 불안감” 때문에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종결했다.
당시 공군은 이성용 참모총장이 이예람 중사 사건 부실수사 건으로 사퇴하는 등 군 성폭력 근절 촉구 여론이 비등하던 엄중한 시기였다. 군 수사기관이 가해자의 강제추행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음에도 유가족들이 이 사실을 확인한 것은 피해자가 사망한 뒤 5개월이나 경과한 지난 10월 재판 과정에서였다.
군이 군내 성범죄 사건에 대한 사회적 비난을 일시적으로 모면하기 위해 성범죄와의 연관성에 대한 은폐를 시도하고 유가족에게 정보를 차단하려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의문이 짙어지고 있다. 가해자에 대한 엄벌은 물론이고 군 수사기관과 지휘관들이 사건 은폐에 관여했는지 진상 규명은 필수다. 철저한 수사만이 군 성범죄 피해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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