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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개국 “의료보건산업 온실가스 배출 감축” 합의

입력
2021.11.09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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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영국, 독일, 피지, 몰디브 등 42개 국가 동참
의료보건산업,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 5% 차지
"화력발전 피해가 더욱 커... 근본적 해결책 필요"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병원에서 8일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폴란드 바르샤바 국립병원에서 8일 의료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들을 돌보고 있다. 바르샤바=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40여개 국가가 의료보건산업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기로 합의했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5%를 차지하는 의료보건산업이 지구온난화 방지 노력에 적극 동참하게 됐다는 점에서, 큰 틀에서 보면 중대한 진전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구체적 실행 방안이 아직 마련되지 않은 데다, ‘화력발전 중단’과 같은 대전제 없이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리고 있는 제26차 유엔기후변화 당사국총회(COP26)에 참석한 세계보건기구(WHO) 관리들은 이날 42개국이 ‘의료보건 시스템 전반의 온실가스 감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미국 영국 독일 같은 선진국은 물론, 기후위기에 취약한 바하마 피지 몰디브 등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중 12개 국가는 2050년 이전에 의료보건 산업의 이산화탄소 순 배출량 ‘0'을 달성, 이른바 ‘넷제로(탄소중립·온실가스 배출과 흡수가 균형을 이루는 상태)’를 이루겠다고 약속했다. 국제환경네트워크 ‘환경피해 없는 보건의료(Health care without harm)’의 조쉬 칼리너 이사는 “이번 합의는 의료보건산업에서의 엄청난 진전”이라며 “앞으로 의료서비스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평가했다.

의료보건산업에서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70%는 24시간 운영되는 병원과 환자치료에 쓰이는 각종 전자 장비나 기기에서 비롯된다. 여기에다 잦은 일회용품 사용, 의료폐기물 등에 따른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게다가 지난해부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여파로 마스크 사용량이나 환자 수가 급증함에 따라,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문제는 원론적 수준의 합의에만 이르렀을 뿐, 구체적 실행 방안은 하나도 도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미국 보건복지부는 다른 국가들과 세부 방안 등을 논의한 뒤 COP26에서 성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전 세계 의료보건산업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25%이상을 차지한다. 레이철 러빈 미 보건복지부 차관은 “국방부와 재향군인회 등 연방 의료시설의 배출량을 줄이고, 민간 의료시설에 대한 (온실가스 배출 감축) 지원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COP26에 마련된 의료보건산업 행사장에서는 친환경(수소) 구급차와 병원 전력 공급용 재생에너지 장비, 재활용 제품으로 만들어진 수술 장비 등이 소개됐다.

전문가들은 의료보건 분야뿐 아니라, 모든 산업 전반에 재생에너지 의무를 도입하는 식의 강력한 방침이 시행되지 않는 한 탄소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WHO의 마리아 네이라 기후변화 담당자는 “전 세계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만성질환을 치료하는 데 5조 달러를 쏟아붓고, 이로 인한 대기 오염으로 매년 700만 명이 조기 사망하고 있다”며 “글로벌 차원의 근본적 해결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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