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심각성 인식해도... 미·유럽 시민 10명 중 4명 "생활습관 안 바꾼다"

입력
2021.11.08 18:00
수정
2021.11.08 18:06
1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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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심각"에 62%가 동의했지만
46%는 "라이프스타일 바꿀 생각 없다"
전문가 "중요성 인식과 실천 의지 괴리"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시민이 카약을 타고 거의 바닥을 드러낸 오로빌호를 지나가고 있다. 오로빌=AP 연합뉴스

8월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한 시민이 카약을 타고 거의 바닥을 드러낸 오로빌호를 지나가고 있다. 오로빌=AP 연합뉴스

미국과 유럽 등 10개국 시민들이 기후위기 심각성을 인지하는 수준은 꽤 높은 반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자신의 생활 습관을 바꾸는 데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를 막으려는 노력은 국가나 기업보다 ‘개인’이 더 많이 한다고 여기고 있는 사실도 드러났다. “기후위기에 대한 인식과 시민들의 실천 의지가 결합하지 않은 상태”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여론조사기관 칸타퍼블릭은 9월 말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스페인 폴란드 등 10개 나라의 시민 1,000여 명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이 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 결과는 영국 글래스고에서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가 열리고 있는 가운데 공개됐다.

우선 설문조사에 참여한 응답자의 62%는 ‘기후위기’를 세계가 직면한 최우선 환경 문제로 꼽았다. 대기오염(39%)과 쓰레기 문제(38%), 새로운 질병(36%) 등보다도 우선 순위에 둔 것이다. 그러나 “기후위기 해결을 위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도 46%에 이르렀다. 바꿔 말하면 거의 절반은 자신의 생활 습관을 개선하면서까지 기후변화 대처 노력을 하고 싶어하진 않는다는 의미다.

기후변화 해결책에 있어서도 자신의 생활 양식에 변화를 주는 것보다는, 이미 일상 속에 어느 정도 정착된 활동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실천하기 쉬운 ‘쓰레기 줄이기 및 재활용’에는 57%가 ‘필요하다’고 답했지만, ‘석유 차량 사용 금지’나 ‘비행기 여행 줄이기’에는 각각 22%, 23%만 동의했다. ‘육류 소비를 줄여야 한다’고 답한 비율도 18%에 머물렀다. 가디언은 “시민들이 이미 자신의 생활 습관 안에 자리 잡은 조치를 우선시하는 것”이라고 짚었다.

또 국가나 기업 단위보다는 개개인의 행동을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여자의 36%가 “나는 기후행동에 고도로 헌신하고 있다”고 답한 것과 달리, ‘국가 또는 기업이 기후위기 해결에 힘쓰고 있다’는 데 동의한 비율은 각각 17%와 13%에 불과했다. 특히 “국가는 기후변화에 더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밝힌 응답자 비율은 42%에 육박했다.

칸타퍼블릭은 이런 조사 결과에 대해 “시민들의 기후행동 실천 의지가 기후위기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는 아직 결합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해석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과는 별개로, 문제 해결을 위한 실천 의지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행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취한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난 이미 충분히 하고 있다’ ‘내 생활 습관까지 바꿀 여력은 없다’ 등의 이유를 제시하기도 했다. ‘개인 단위 노력은 (기후변화 해결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본다’는 의견도 39%에 달했다.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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