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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끝나도 감염병은 또 온다

입력
2021.11.04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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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할 만큼 세상을 괴롭히고 있는 코로나바이러스가 이번 달부터 일상화된 감염병처럼 간주되면서 우리 사회는 서서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감염병이라고 하는 것이 원래도 종잡을 수 없는 사회적, 경제적 영향을 미치게 되지만 COVID-19로 명명된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는 과거 감염병들에 비해 정말 오랜 기간 우리를 힘들게 하고 사회 각 분야의 새로운 모습을 요구해왔다.

2019년의 코로나바이러스는 이제까지 역사에 나타났던 수많은 감염병들의 시대보다도 훨씬 더 발전된 보건의료시스템이나 기술에 대한 수요를 보여주면서 감염병의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에게 제시되었다. 이 중에서 가장 큰 화두는 아마도 '보건안보(Health Security)'라는 이슈이다. 전 세계가 비슷하게 심각한 재난을 겪으면서도 결국 각국의 의료나 과학기술의 체계와 수준에 따라 피해 대응과 사회 안전 확보의 능력에 큰 차이를 보였으며, 결국은 각각의 사회가 현시점에서 구축하고 있는 감염병 대응 대비 능력이 사회, 경제 등의 전반적인 안전을 보장해 줄 수 있는 기본능력이라는 것이 보건안보의 의미이다.

'보건안보'는 다른 종류의 안보 요인과 마찬가지로 미리미리 대비하는 기술의 개발과 시스템의 구축, 그리고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실제 신변종 감염병의 위기가 대대적으로 발생하는 상황에 대한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전략 확보 등을 통해 구축되고 강화된다. 진단기술이건 백신이나 치료제이건 사전에 예비되어 있는 기술이 마치 보험처럼 사회의 보호장치 역할을 하게 되지만 체계적으로 준비되고 구축되어 있지 않으면 어느 날 다가온 세균이나 바이러스에 의한 혼란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게 되고 엄청난 피해를 보게 된다.

2002년 사스 이후 2019년 COVID-19까지 반복되는 감염병의 대유행을 겪으면서 주요 대응방법인 진단기술, 예방백신, 치료제 등 주요 분야의 가장 중요한 수요들이 정리되었다. 현장형 신속정밀 진단기술, 100일 안에 개발·생산되는 백신플랫폼, 다양한 병원체에 대한 광범위 치료제의 필요성 등 감염병 재난 방지의 필수적인 방향과 목표 등이 재정비되었고 사회적 관심도 엄청나게 커져서 미래의 또 다른 감염병에 대비하는 '보건안보' 시스템은 지금보다 훨씬 우수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감염병 위협을 반복적으로 겪으면서 배웠던 정말 중요한 교훈은, 위기상황 동안은 관심과 노력을 쏟아붓다가 감염병이 잠잠해지면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잊어버리고 나면, 다음 번 새로운 감염병이 닥쳐왔을 때 또다시 당황스러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저만치 보이는 지금, 당장의 코로나를 정복하려는 막대한 노력만큼은 아니더라도 미래의 또다른 감염병을 대비하는 작더라도 지속적인 관심과 노력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인데 지겨울 만큼 긴 이번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이런 망각에 대한 해결책은 여전히 어렵기만 하다.

조만간 다시 찾아올 또 다른 감염병이 무엇이든 그때에 우리가 조금이라도 덜 고생하려면, 포스트 코로나의 평화로운 시절을 맞게 되더라도 미래에 닥쳐올 감염병의 위협에 대응할 준비를 꾸준히 착실하게 하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홍기종 건국대 교수·대한백신학회 편집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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