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직, 최저임금, 투잡… 우리 사회 '돌봄의 민낯'

입력
2021.11.09 13:00
돌봄 노동자 10년 새 두 배 늘어 110만명
저임금, 고용 불안에 시달리며 최저 대우

편집자주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을 돌보는 돌봄 노동자는 110만명.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떠받치고 있지만, 이들은 다른 노동자들 평균 임금의 절반만 받고 있습니다. ‘반값’으로 매겨진 돌봄 노동 문제를 <한국일보>가 3회에 걸쳐 짚어봤습니다.


올해 9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고용노동청 앞에서 열린 '재가방문요양보호사의 법정공휴일 유급휴무 보장 촉구 및 임금체불진정 기자회견'에서 전현욱 전국요양서비스노조 서울지부장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0년간 돌봄 노동자는 두 배가량 늘었다. 2008년 58만 명에서 2019년엔 110만 명(통계청 지역별 고용조사)이 됐다.

'요람에서 무덤까지'를 실현한 듯, 분야도 다양하다. 산모·신생아 서비스 종사자, 아이돌보미, 보육교사, 가사·육아 도우미, 장애인 활동지원사, 장애아동 돌봄사, 요양보호사, 노인돌봄종사자 등이다.

이들에게 돌봄을 받는 이들은 크게 늘었는데, 이들의 상황은 어떤가.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돌봄 노동자의 임시직 비율은 33.2%. 전체 취업자 중 임시직 비율(17.8%)보다 약 2배나 높다. 임시직이 많다보니 방문요양보호사의 95%가 2개 이상 기관에서 동시에 일하고 있고, 생계비 충당을 위해 또 다른 시간제 일자리에 종사하는 '투잡'도 적지 않다.

이런 현실은 이들을 근로기준법 사각지대에 놓는 결과를 낳는다. 나현우 공공운수노조 정책기획차장은 "방문요양보호사가 2개 이상 기관에 걸쳐 근로를 제공하면서 개별 기관에서 주 15시간(월 60시간) 미만으로 일하는 초단시간 근로자로 취급되는 일이 생긴다"라고 했다. 이 경우 주휴수당 등을 지급받지 못해 임금이 또다시 저하되는 문제가 생긴다.

돌봄 노동자들이 속한 사회서비스 종사자의 임금은 전체 노동자의 평균 임금(372만 원) 대비 절반가량인 197만 원(53.1%·통계청 2019 고용형태별 근로실태조사)에 불과하다. 저임금 노동자(임금 노동자를 한 줄로 세웠을 때 가운데에 해당하는 중위 임금의 3분의 2 아래에 있는 노동자)의 비율은 20%로 10명 중 2명은 돌봄노동만으로는 생계 유지조차 힘든 처지인 셈이다.


그래픽= 김문중 기자

오래 일하면 연차와 전문성이 쌓여 월급이 올라가는 자연스러운 현상도 돌봄시장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 전체 취업자의 평균을 보면 7년 이상 일할 경우 초기 3개월과 비교해 1.84배 많은 월급을 받지만, 돌봄전문직(사회복지 관련 종사자)과 돌봄서비스직(돌봄 및 보건 서비스 종사자)은 각각 1.28배와 1.12배에 그쳤다. 돌봄단순노무직(가사 및 육아 도우미)은 오히려 일할수록 임금이 더 낮아지는 양상을 보였다. 임연규 여성정책연구원 연구원은 "일용직 등 불안정한 일자리는 재취업 시 경력을 인정받는 경우가 드물어 이런 현상이 나타났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요양보호사가 한 시설에서 3년 이상 근무하면 최대 10만 원의 장기근속수당을 주도록 했으나 이 역시 그림의 떡이다. 요양보호사의 약 70%는 계약직이라 한 곳에서 3년 이상 일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인건비 등 공공재원이 투입되고도 민간시설 비율이 높아 임금 중간 착복도 만연하다. 보육교사의 경우 국공립시설은 표준 보육비용에 따른 호봉제를 적용받지만 민간·가정 어린이집은 원장 재량에 따라 임금이 결정된다. 올해 1월 공공운수노조 보육지부가 실시한 민간·가정 어린이집 실태조사 결과 89.4%(1만923명)가 최저임금을 받고 있었다. 전체 보육교사의 71%(약 17만 명)가 민간·가정 어린이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에 비춰보면 대다수다.

"인력이 부족하고 업무가 많아 서서 밥을 먹고 화장실도 제대로 못 가는 보육교사에게 아이를 맡겨야 하는 부모. 시급제로 한 달에 100만 원도 안 되는 월급을 받는 요양보호사에게 자신의 요양을 맡겨야 하는 노인. 들쭉날쭉한 불안정한 월급을 받는 장애인활동지원사에게 자신의 생활을 맡겨야 하는 장애인."

라정미 공공운수노조 서울시사회서비스원지부장은 우리사회 돌봄의 현실을 이렇게 정리했다. 라 지부장은 "돌봄노동자와 이용자는 돌봄이라는 행위를 중심으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다"며 "돌봄을 받는 사람과 돌봄을 제공하는 사람은 똑같이 권리를 보장받아야 하는 '시민'"이라고 강조했다.

['반값' 돌봄 노동자의 눈물]

민간기관의 임금 착복

②내 돈' 내며 영업까지

③대가 없이 좋은 돌봄은 없다

전혼잎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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