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일 역대 세 번째 대선 출마 선언을 했다. ‘시대 교체’를 내걸고 거대 양당과 다른 제3의 길을 강조했다. 비호감 후보들이 맞붙어 지지층 결집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대선 판도에서 4자 구도를 만든 그의 출마는 주요 변수가 될 것이다. 그러나 안 대표가 부유하는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을 대안이 될지는 미지수다. 막장 선거판에서 제3 후보로서 자기 역할을 부각시키려면 명확한 비전과 가치를 제시해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안 대표는 출마 선언에서 “기득권 양당들이 간판선수만 교체하는 정권 교체는 구적폐를 몰아낸 자리에 신적폐가 들어서는 ‘적폐 교대’만 반복할 뿐”이라며 “판을 갈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간평가 실시, 과학기술부총리 신설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러나 출마-철수-출마-낙선을 반복한 그 자신도 ‘새판’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와 단일화하며 합당을 약속했으나 끝내 합당하지 않고 이제 와 독자 출마한 것도 해명할 필요가 있다.
국민의힘 경선 후보들은 벌써 “단일화 추진” “세력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마자 단일화 여부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은 안 대표의 전력 탓인 동시에 가치 경쟁이 실종된 이번 대선의 어두운 측면이다. 안 대표는 단일화에 대해 일축했으나 완주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었다고는 할 수 없다.
모든 것은 안 대표에게 달려 있다. 그가 밝힌 대로 정권 교체를 넘어 시대 교체를 추구한다면 그에 걸맞은 내용을 갖고 선거운동을 벌여야 한다. 문재인 정권 비판이나 야당 후보 공격에 그치지 말고 합리적인 대안과 정책으로 유권자를 설득해야 한다. 지난해 총선 때 비례 후보만 공천하고 달리기 선거운동을 하거나, 당대표로서 수위 높은 쓴소리에 주력한 것은 새로운 정치라고 할 수 없다. 손쉬운 양비론 전략만 갖고 나섰다면 단일화 게임으로 흐를 것이 뻔하고, 몸값 올리기용 출마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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