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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50만명 돌보는 생활지원사들, 최저시급에 기름값·통신비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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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값 돌봄, 이제 그만]②'내 돈' 내며 영업까지
아동·노인·장애인 등을 돌보는 돌봄 노동자는 110만명. 우리 사회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을 떠받치고 있지만, 이들은 다른 노동자들 평균 임금의 절반만 받고 있습니다. ‘반값’으로 매겨진 돌봄 노동 문제를 <한국일보>가 3회에 걸쳐 짚어봤습니다.
경기도에서 노인생활지원사(생활지원사)로 일하는 박해령(가명ㆍ50)씨는 16명의 노인을 돌본다.
그의 일과를 살펴보면 숨이 가쁘다. 지난달 20일, 오전 8시 20분 자신의 차량을 끌고 집을 나섰다. 오전 9시 한 노인의 집을 방문한 그는 약 20분간 집안 안전점검을 하고 간단한 대화를 나눈 후 다음 집으로 이동했다. 오전 9시 40분 두 번째 방문지에 도착해 비슷한 업무를 했다. 오전에만 세 가정을 방문했다.
오전 11시부터 한 시간 동안 이날 방문하지 않는 노인들에게 안부전화를 돌렸다. 이후 약 30분간 점심식사를 하고, 낮 12시 30분 중점돌봄(신체기능이 제한적인 돌봄대상) 노인 집에 도착했다. 말벗(30분), 노래교실(1시간), 청소관리(30분) 등을 마치고 오후 2시 30분 퇴근했다. 그는 “주 5일 대부분 비슷한 일정을 반복한다”고 했다. 이런 하루는 최저시급을 적용받아, 그는 한 달 약 112만 원을 손에 쥔다.
생활지원사는 지난해 보건복지부가 기존의 6개 노인돌봄사업(안부확인, 식사ㆍ청소 서비스 등)을 통합하면서 생겨난 직업으로, 현재 전국 약 3만 명이 50만 명의 노인을 돌보고 있다.
활동의 특성상 유류비·통신비가 많이 들지만, 그 비용이 제대로 지원되지 않는다. 최저시급도 고통스러운데 업무활동 비용까지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 우리 돌봄 노동의 현실이다.
생활지원사들의 채용공고에는 ‘자차 의무’ 또는 ‘자차 우대’라는 문구가 등장한다. 대구에서 생활지원사로 일하는 박지원(가명ㆍ52)씨는 “본인 차량을 이용해 업무를 보면 당연히 유류비가 지원될 것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런데 1년 10개월을 일하면서 기름값을 받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 업무는 30~40분 단위로 각 가정을 방문해야 하는데, 이동거리가 꽤 먼 편이라 늘 시간에 쫓겨요.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건 불가능하죠.”
그는 하루 평균 4가구를 방문한다. “하루에 가정방문을 위해 이동하는 거리만 10㎞ 정도 되는 것 같아요. 일주일에 한 번은 사무실에도 가야 하죠. 여러 업무상 한 달 기름값이 10만 원을 훌쩍 넘겨요. 시골은 이동거리가 더 멀기 때문에 아마 주유비가 훨씬 더 많이 들 겁니다.”
경남 지역에서 생활지원사로 활동하고 있는 김상희(가명ㆍ50)씨는 “이 일을 하기 전에는 한 달에 10만 원 정도 들던 기름값이 일을 시작한 후에 월 20만~25만 원으로 늘었다”며 “그래서 지자체에 한 달에 10만 원의 기름값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올해 1월부터 5만 원을 지원받게 된 것이 전부”라고 말했다.
지원은 지역마다 제각각이다. “어떤 지역은 유류비를 지원해주고, 어떤 지역은 아예 안 해주고 있어요. 심지어 같은 광역단체인데도 일하는 동네에 따라 상황이 다 달라요. 경남도에서도 저처럼 5만 원이나마 유류비를 지원받는 분들이 있는가 하면, 아예 한 푼도 못 받는 사람도 있어요. 중앙정부가 하는 사업인데, 통일된 시스템이나 확실한 규정이 없다는 게 이해가 안 돼요.”
노인맞춤돌봄서비스는 지자체가 권역별로 1개의 사회복지ㆍ비영리법인(노인복지관, 재가센터 등)을 선정해 민간위탁을 주는데, 수행기관은 각각의 기준에 따라 생활지원사들을 채용한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도시의 이동거리와 농어촌 이동 거리가 다르듯, 지역별 편차가 심해 유류비를 일률적으로 지급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생활지원사의 유류비는 애초 복지부 예산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명확한 제도나 규칙 역시 없다”며 “필요한 경우 지방비를 활용해 유류비를 지급하라고 (지자체에) 안내하고 있는 데, 이 역시 근거 법령은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돌봄서비스 중에는 노래교실, 체조활동 등 시청각 자료가 필요한 것들이 있다. 보통 유튜브 등에 올라와 있거나 화상회의 플랫폼(줌)을 이용해 실시간으로 제공된다.
모두 생활지원사의 개인 휴대폰을 이용해야 한다. 상희씨는 “일을 시작하기 전에는 통신비로 월 3만5,000원 정도가 나갔는데, 이제는 데이터무제한 요금제를 사용해야 해서 월 7만 원 정도를 내고 있다”며 “그런데도 통신비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구의 한 복지센터는 소액이나마 통신비를 지원해주고 있지만, 지원금 산정방식을 이해하기 힘들다. 이 센터 소속인 지원씨는 “올해 6월부터 월 2만 원씩 총 9번 통신비를 지급해준다고 했는데, 1년도 아니고 아홉 번이라는 숫자가 어딘가 이상했다”고 설명했다.
“지자체에 물어봤더니 혹서기와 혹한기를 합하면 9개월이라서 통신비 지원을 아홉 번 해주는 거래요. 혹서기와 혹한기에만 통신을 쓰는 것도 아닌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정확한 체계가 없어 주먹구구식으로 지원을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대구시는 이에 대해 “혹서기와 혹한기에는 돌봄대상 노인들에게 추가로 안부전화를 걸어야 해서 시에서 마련한 지원금으로 통신비를 주는 것”이라며 “데이터 사용량 증가에 따라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복지부 차원에서 일률적으로 지원금을 만들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통신비 지원 제도가 없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통신비 지원금을 예산에 넣어보려고 재정당국에 요청했는데 성사되지 않았다”며 “생활지원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매년 예산요청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돌봄대상 선정 원칙은 읍ㆍ면ㆍ동사무소가 노인들로부터 신청접수를 받거나 직접 대상자를 발굴하고, 수행기관 소속 사회복지사가 해당 노인가구를 방문해 선정조사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생활지원사는 서비스만 제공하면 된다.
하지만 생활지원사들은 자신의 업무도 아닌 돌봄 대상자 발굴에 내몰린다. 지원씨는 말했다.
“지난해 생활지원사 1인당 18명의 돌봄대상을 맡게 돼 있었어요. 처음에 18명이 안 채워졌어요. 센터에서 만 65세 이상 노인 100명 주소를 주고는 일일이 찾아가라고 하더라고요. 막상 돌아다녀보니 부재 중이거나 선정을 거부하는 어르신들이 되게 많았어요. 그렇게 보고를 했더니 센터에서는 두 번, 세 번까지 계속 방문하라고 했어요. 결국 7명을 발굴했어요.”
노조가 생기면서 최근에는 대놓고 강요하지는 않지만 압박은 여전하다. “요즘에는 ‘중점돌봄 숫자 맞추셔야 돼요’ 이런 식으로 말해요. 이 말의 의미는 최소 2명의 중점돌봄군을 항상 유지하라는 소리거든요. 중점돌봄 대상이었던 어르신이 돌아가시거나 이사를 가거나 해서 돌봄대상에서 빠지는 경우가 있는데, 그 경우에 다시 알아서 채워 넣으라는 소리죠.” 상희씨의 설명이다.
일반돌봄 노인은 주 1회 방문ㆍ주 2회 통화, 중점돌봄 노인은 주 2회 방문ㆍ주 2회 통화하는 것이 보통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수행기관이 중점돌봄 대상자를 많이 발굴했다고 해서 더 높은 평가나 더 많은 예산을 받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전체적인 돌봄대상이 줄어들면 (정부가 지급하는) 사업운영비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대상자 발굴은 생활지원사의 업무가 아닌 만큼 (발굴 압박을) 하지 말라고 수행기관에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인맞춤돌봄서비스 사업안내’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는 지도감독을 따르지 않는 수행기관과 계약을 중도해지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생활지원사들의 처지를 악용한다. 경기에서 생활지원사로 일하는 이정은(가명ㆍ50)씨는 “생활지원사는 전부 1년 계약직인데, 혹시라도 발굴 실적이 떨어지면 재계약에 악영향을 미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리게 된다”고 토로했다.
['반값' 돌봄 노동자의 눈물]
①민간기관의 임금 착복
②'내 돈' 내며 영업까지
③대가 없이 좋은 돌봄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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