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5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에 대응해 “빠르고 강한 경제회복을 이끌었다”고 자평했다. 올 들어 역대 최대 실적을 매월 경신한 수출, 주요 선진국 수준을 웃돈 2020~2021년 평균 성장률, 지난 달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99.8%를 회복한 고용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실제 반도체 자동차 등 주력업종의 선전도 선전이지만, 중소기업의 3분기 수출액이 전년 대비 13.2% 증가한 것 등은 고무적인 일이다.
▦ 하지만 일부 지표만 보고 경제회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지표 개선 이면의 기저효과나 기업 양극화 등을 감안할 때, 코로나19 이전부터 시작된 기조적 저성장세를 탈출했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2020년 연간 기업경영 분석결과’에 이자보상비율 100% 미만인 기업의 비중이 40.9%로 2013년 통계 작성 이래 최대치를 기록한 것도 우리 경제의 성장 기반 약화에 대한 경고등인 셈이다.
▦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건 기업이 영업이익으로 대출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상황으로 ‘좀비기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2017년 전체의 32.3%였던 게 현 정부 들어 8%포인트 이상 급증한 것이다. 40.9%면 조사 대상 국내 비금융영리법인(기업) 79만9,399개 중 약 32만7,000개 기업의 장기 존속이 어려운 상태라는 얘기다. 한국경제연구원에서 최근 나온 ‘성장률 제고 전략과 비전’ 보고서도 비슷한 경고를 담고 있다.
▦ 보고서는 성장률이 2010년 6.8%에서 지난해 0.9%까지 하락했고, 민간소비 성장률은 4.4%에서 -5.0%, 수출 증가율 역시 13.0%에서 -1.8%로 하락했음을 일깨운다. 더 걱정인 건 최근 2%대 초반까지 떨어진 잠재성장률이 향후 10년 이내에 0%대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우리 경제의 현실을 “코로나19 기저효과와 수출 호조에 따른 착시가 상황을 가리고 있지만, 실상은 지속 성장과 도태의 갈림길에 선 위태로운 상황”이라고 했다. 희망의 무지개보다 현실을 직시하는 냉정함이 절실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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