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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희생자에 용서 구한 노태우, 국민 통합 계기 되길

입력
2021.10.28 04:30
27면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생전에 남긴 유언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고 노태우 전 대통령 장남인 노재헌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고인이 생전에 남긴 유언을 밝히고 있다. 서재훈 기자

노태우 전 대통령이 유언을 통해 5·18 광주 민주화운동 희생자에게 용서를 구했다. 고인의 장남인 노재헌 변호사는 27일 오후 “5·18 희생자에 대한 가슴 아픈 부분, 그 이후 재임 시절 일어났던 일에 대해 본인의 책임과 과오가 있었다면 너그럽게 용서해 주기 바란다”는 유언 내용을 전했다. “잘했던 일, 못했던 일 다 본인의 무한 책임이라 생각했다”며 "앞으로의 세대는 희망을 갖고 살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광주 희생자에게는 너무 늦고 부족한 사과일 테지만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이제 국민의 몫이다. 유족이 말했듯 10년 넘는 투병으로 직접 표현하지 못한 사정을 이해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고인의 사과를 받아들여 광주의 상처를 달래고 국민이 통합하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노 전 대통령의 과오와 업적이 극명히 엇갈리는 터라 예우와 평가에 대한 논란은 예상되던 일이다. 정부는 이날 오전 국무회의에서 법령에 따라 장례를 국가장으로 치르고 국립현충원 안장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5·18 관련 단체와 진보 단체들은 즉각 국가장 반대 입장을 쏟아냈다. 5·18 기념재단 등은 “헌법을 파괴한 사람에게 국가의 이름으로 장례를 치르기로 한 정부의 결정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광주시는 국가장 결정에도 불구하고 조기 게양과 분향소 설치를 하지 않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고인의 명복을 비는 메시지만 내고 조문을 하지 않기로 한 것도 이런 여론을 감안한 결정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장 결정을 놓고 논쟁을 거듭하는 것은 소모적인 일이다. 고인도 잘못을 인정했을 만큼 5·18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이루어졌고 더 이상 왜곡과 망언이 없는 것이 중요하다. 고인이 생전에 명료하게 사과하고 진상 규명에 나섰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 큰 책임이 있는 전두환 전 대통령이 진심으로 반성하고 용서받을 기회를 갖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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