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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규직 800만, 민간부문 외면한 결과다

입력
2021.10.28 04:30
27면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27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서 구직자가 일자리 정보 게시판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비정규직 근로자가 처음으로 800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8월 기준 비정규직 근로자는 806만6,000명으로 지난해에 비해 64만 명이 늘었다. 전체 임금근로자(2,099만2,000명)의 38.4%를 차지해 지난해(36.3%)보다도 비중이 커졌다. 노인 일자리 등 단기 공공 일자리를 늘리면서 비정규직 규모가 커진 것으로 풀이된다. 코로나 사태에 따른 고용충격과 노인빈곤 문제 대응 등을 위해 단기 공공 일자리 창출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임금근로자 10명 중 4명이 비정규직이라는 통계는 ‘노동존중사회’를 공언했던 문재인 정부 역시 비정규직 문제 해결에 실패했다는 점을 방증한다.

현 정부는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를 표방하면서 공공부문에서 비정규직 20만 명을 정규직화하는 성과를 거두기는 했다. 그러나 민간부문 비정규직 대책에는 손을 놓으면서 결국 ‘그들만의 잔치’로 끝났다. 비정규직 사용 사유 제한이나 차별시정제도 개선 등 민간부문에서도 비정규직 사용을 최소화하겠다는 국정과제에는 의지를 보이지 않은 결과가 ‘비정규직 800만 명’이라는 성적표로 돌아온 것이다.

문제는 기술발전과 서비스 산업 성장 등으로 기업들의 비정규직 사용 유인은 더 커질 것이라는 점이다. 사용기간 제한이나 차별시정제도 같은 기존 방식으로는 비정규직 확대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이 드러나고 있다. 규제를 통한 인위적 고용형태 조정과 '비정규직 제로' 같은 정치적 구호 달성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

비정규직을 많이 사용하는 기업에 사회보험료 부담을 늘리는 등의 방법으로 비정규직 남용을 막는 방향으로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 '동일노동 동일임금' 기조 아래 세밀한 직무분석을 통해 연공형 임금체계를 직무급으로 전환하는 것이 궁극적 해법이다. 사회보험 예산지원 확대 등 ‘질 낮은 일자리’로 취급되고 있는 비정규직의 질을 제고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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