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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기업도 '기업시민'이 되어야 한다

입력
2021.10.28 00:00
27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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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날씨가 추워진 10월 중순 사회혁신을 배우는 학생들과 함께 '서울숲 소셜벤처 엑스포'에 다녀왔다. 대형 폐기물을 '빼다'라는 앱을 통해 수거하도록 해 작가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시키는 '같다', 시각장애인용 시계를 개발한 '이원', 우간다 여성과 어린이들의 안전한 물 운반 가방을 기부하는 패션 가방 '제리백', 공감과 마음을 표현하는 '마노카드' 등에 학생들의 시선이 많이 닿았다.

올해 5년째를 맞은 소셜벤처 엑스포의 주제는 'ESG 시대, 소셜벤처가 답하다'이다. 소셜 벤처는 혁신적 방법으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기업이라는 점에서 태생부터 ESG 경영을 실천한다. 때문에 기업들에 ESG 경영의 모범적 사례이자, 사회가치경영 실현 과정에서 함께할 파트너이기도 하다. 소셜벤처와의 협력을 통해 기업들은 ESG 경영의 아이디어를 얻고 혁신의 인자를 기업의 조직과 사업 활동에 이식할 수 있다.

ESG는 환경·사회·기업지배구조 평가기준(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criteria)의 약자로, 기업이 'ESG 경영'을 한다는 것은, 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평가기준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 기업가치를 높이겠다는 뜻이다. 기업과 사회의 관계를 일컫는 사회책임경영, 공유가치 창출과 같은 개념들이 그간 연구자들과 경영인들 사이에서 다뤄져 온 반면에, ESG 경영은 최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일반 시민들에게도 많이 노출되고 있다. ESG 경영을 하지 않는다면 투자도 못 받는 시대가 되었다는 점에서, 기업이 맞닥뜨리는 긴장감에 있어서나 사회에 끼치는 영향력에서도 이전과는 다른 차원으로 기업과 사회의 관계가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시민들은 넓은 의미의 투자자이자 이해관계자로서 ESG 경영의 당사자이다. 시민들은 국민연금의 가입자이자 수혜자로서 ESG경영 관점에서 연기금 투자의 의사결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 또한 시민들은 기업 경영의 이해관계자로서, 기업은 시민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시민의 삶에 영향을 주는 존재이다.

기업과 사회의 관계에 새로운 흐름으로 우리 앞에 나타난 사회가치경영은 기업과 시민 모두에게 새로운 기회이다. 그간 기업의 영향력이 커진 데 비해, 기업이 사회 전체의 이익보다는, 이윤만을 추구하는 것에 대한 실망감이 우리 사회의 반기업 정서를 키워왔다. 이제 기업이 환경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고 건전하고 투명한 지배구조를 통해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하게 되어 기업가치가 상승하면, 투자도 많이 받고 시민들의 신뢰와 사랑도 받게 될 것이다.

시민들은 투자 관점을 넘어 기업과 사회의 지속가능성 관점에서 기업의 사회가치경영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시민들은 기업 경영의 이해관계자로서 '환경·사회·기업 지배구조 평가기준'에서 볼 때 경영을 잘하는 기업에는 칭찬을, 그렇지 않은 기업에는 비판을 가함으로써 기업들이 올바른 '기업 시민'(Corporate Citizenship)으로 지속가능한 기업과 사회를 만들어갈 것을 요구하여야 한다. 기업에 사회가치경영은 사회참여의 통로이자 도전이며, 청년과 시민이 만들어 낸 소셜 벤처와 사회적 경제 기업들과의 협력은 시민사회와 연대하고 소통하는 길이기도 하다. 지속가능한 사회 만들기의 과제를 기업과 시민이 함께 풀어가야 할 때다.



강민정 한림대 글로벌협력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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