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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섬엔 뱀파이어 신부가 산다 [몰아보기 연구소]

입력
2021.10.3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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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어둠 속의 미사'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 주말 소개합니다.

인구 127명인 조그만 섬 크로켓에서는 갑작스레 이해 못할 일들이 생긴다. 넷플릭스 제공

인구 127명인 조그만 섬 크로켓에서는 갑작스레 이해 못할 일들이 생긴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7부작 | 18세 이상

라일리(잭 길포드)는 잘나가던 젊은이다. 스타트업으로 큰돈을 벌었으나 고약한 습관으로 나락에 떨어진다. 음주운전을 했다가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간다. 4년 복역 후 찾은 고향 크로켓은 그의 인생처럼 쓸쓸하다. 작은 섬인 크로켓은 인구 127명이 살고 있다. 한때 어업으로 꽤 번성했으나 남아 있는 사람들이 별스러워 보일 정도로 퇴락했다. 라일리는 속죄하듯 외딴 고향에서 남은 생을 마치려고 하는데 어린 시절 연모했던 에린(케이트 시겔)이 생각지도 않게 돌아와 살고 있다.

①작은 섬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

갑자기 마을에 등장한 신부 폴은 기이하게도 열정적이고 알듯 말듯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갑자기 마을에 등장한 신부 폴은 기이하게도 열정적이고 알듯 말듯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라일리가 돌아온 후 섬에선 이상한 일이 벌어진다. 오랜 세월 성당을 지켜온 몬시뇰 프루잇은 성지순례를 간 후 병 때문에 돌아오지 않는다. 대신 젊은 신부 폴(하미쉬 링클레이터)이 미사를 주재한다. 폭풍우가 몰아치던 밤 라일리는 바닷가에서 코트에 중절모를 쓴 프루잇을 목격한다. 다음날엔 고양이 시체 수백 구가 해변으로 밀려온다.

기이한 일은 이어진다. 휠체어 신세를 지던 소녀 리사(애너라 시몬)는 성당 미사 중에 갑자기 걷기 시작한다. 계단을 못 오를 정도로 노쇠한 노파 밀드레드(알렉스 엑소)는 신부 폴이 집을 방문해 개인 미사를 본 이후부터 활력을 되찾는다.

②하나둘 드러나는 비밀들

마을 보안관 하산은 무슬림이다. 그는 섬에서 벌어지는 일에 감정적으로 휩싸이지 않는다. 넷플릭스 제공

마을 보안관 하산은 무슬림이다. 그는 섬에서 벌어지는 일에 감정적으로 휩싸이지 않는다. 넷플릭스 제공

의문의 중심은 폴과 성당이다. 주민들은 폴의 과거를 알 수 없다. 열정 넘치는 신부라고 하나 희한하게도 마을주민의 사연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 그는 미사 때마다 성찬식 포도주에 자신이 가져온 ‘포도주’를 더한다. 성찬식에서 포도주를 맛본 사람들은 하나씩 몸에 이상 변화를 느낀다.

주민들은 폴이 온 후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한가하기만 했던 미사에 사람들이 몰린다. 폴은 하느님을 위해 신의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며 호전적인 설교를 하고 조금씩 자신의 정체를 드러낸다.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둘러싼 비밀도 하나씩 드러난다.

③종교의 광기에 대한 고발

마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여곡절과 갈등을 겪으면서 마을은 조금씩 폐허가 된다. 넷플릭스 제공

마을에선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우여곡절과 갈등을 겪으면서 마을은 조금씩 폐허가 된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는 폴과 주민들을 통해 종교의 광기를 묘사한다. 주민 대부분은 폴을 두고 선지자라고 칭송하며 극악한 일을 서슴지 않는다. 광기 속에서도 시종 폴의 행보에 냉소적이거나 무관심한 사람은 둘이다. 라일리는 자신의 사고를 돌아보며 신에 대한 회의감을 키웠다. 그런 그에게 폴은 기적을 행하는 신부라기보다 간계를 꾸미는 인물로 보인다. 마을 보안관인 하산(라울 콜리)은 무슬림이라 폴의 언행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드라마는 광신적인 사람들과 냉정한 두 사람을 대비시키며 종교에 대한 질문을 던지다.

※몰아보기 지수: ★★★☆(★ 5개 만점, ☆ 반개)

마이크 플래너건이 극본을 쓰고 연출까지 했다. 플래너건은 공포물의 장인이다. 영화 ‘오큘러스’(2014)와 ‘닥터 슬립’(2019) 등을 만들었다. 드라마 ‘힐하우스의 유령’(2018)은 그의 대표작이다. 슬프면서도 오싹한 감정을 자아낸다. ‘어둠 속의 미사’는 ‘힐하우스의 유령’과 정조가 비슷하다. 불우한 사람들의 처연한 사연 위로 공포가 포개진다. 성경 문구를 활용해 복선을 비추며 생경한 무서움을 빚어낸다. 천사와 뱀파이어를 교묘히 섞어 선과 악, 종교와 광신을 은유해내는 솜씨가 돋보인다. 지루하게 오가는 대사, 지나치게 철학적으로 메시지를 전하려는 강박이 몰입을 방해한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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