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를 게임처럼 해요" 머스크도 반한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

"공부를 게임처럼 해요" 머스크도 반한 에듀테크 기업 에누마

입력
2021.10.27 04:30
수정
2021.10.27 11:01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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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인 대표 "아픈 아이 위해 엄마의 마음으로 창업"
'아이를 키우며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모토

2017년 유네스코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아이들 가운데 약 60%가 학교에서 글자와 셈법을 배우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를 마쳐도 글을 읽고 쓰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전세계에서 투입되는 비용이 무려 128조원이다.

교육에 정보기술(IT)을 접목한 에듀테크 사업을 위해 신생기업(스타트업) 에누마를 설립한 이수인(45) 대표는 이를 곧 학교의 위기로 봤다. 그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에누마를 창업했다.

디지털 기기를 이용해 게임 하듯 아이들에게 읽고 쓰기와 산수, 영어를 재미있게 가르치는 이 대표의 아이디어는 세계적 기업가 일론 머스크를 반하게 만들었다. 에누마는 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머스크가 만든 엑스프라이즈 재단이 2019년 유네스코와 주최한 글로벌러닝엑스프라이즈 대회에서 수 많은 기업들을 물리치고 공동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표에게 상패를 직접 건넨 머스크는 에누마를 “훌륭한 기업”이라고 치켜 세웠다. 국내 사업 점검을 위해 방한한 이 대표를 만나 그가 그리는 미래 교육에 대해 들어봤다.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 있는 한국 사무실에서 자체 개발한 교육 소프트웨어 '토도수학'과 '토도영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서울 성수동 헤이그라운드에 있는 한국 사무실에서 자체 개발한 교육 소프트웨어 '토도수학'과 '토도영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배우한 기자


“공부, 재미있게 하는 방법 알아요” 유명 게임개발자들이 만든 학습 소프트웨어

혼자서 공부하기 힘든 아이들에게 최고의 학습 도구를 제공하자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에누마는 이 대표가 남편인 이건호 기술총괄(CTO)과 공동 창업한 회사다. 부부는 국내 대표적 게임업체 엔씨소프트에서 함께 근무했다. 이 대표는 신사업 개발을 담당했고 남편은 테크니컬 디렉터였다.

부부 외에도 게임업계 유명인들이 에누마에 모여 있다. 김형진 제품총괄은 엔씨소프트를 먹여 살리는 게임 ‘리니지’와 ‘리니지2’의 기획팀장이었고 전유택 한국지사장은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게임 디렉터였다. 또 이희영 ‘토도영어’ 리드는 넥슨의 게임센터장 출신이다.

그래서 이들은 아이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안다. “한마디로 공부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요. 혼자서 게임을 짜증내지 않고 몇 시간씩 하는 아이가 학습지를 20분 이상 풀지 못한다면 학습지에 문제가 있는 거죠. 어떻게 만들면 아이들이 흥미를 느끼는지 게임을 개발하며 방법을 터득했죠.”

이 대표는 게임의 역설을 강조했다. “게임은 사회악일수도 있고 유용한 도구일 수도 있어요.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쓰느냐가 중요하죠. 게임에서 흥미를 유발하는 요인을 학습에 적용하면 아이들이 공부도 게임처럼 재미있게 할 수 있어요.”

이 대표는 게임 개발의 원리를 학습 소프트웨어 개발에 도입했다. “게임의 본질은 너무 재미있어서 계속 하게 만드는 것이에요. 그러려면 게임에서 하는 행위가 재미있도록 개발을 해야죠. 성공한 게임들은 공통적으로 조작법이 쉽고 재미있어요.”

학습용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문제를 풀지 못하는 것보다 조작이 불편해 학습용 소프트웨어를 재미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요. 한마디로 최신 IT기술을 동원해 아이들이 학습하면서 막하지 않고 계속 흥미를 갖게 만들어야 해요. 그래야 아이들이 엄마를 부르지 않고 혼자 터득하는 자기 주도 학습을 할 수 있죠.”

영어와 수학, 한글 가르치는 앱 개발

이 대표는 이런 원칙을 에누마의 대표적 학습 소프트웨어 ‘토도수학’, 토도영어, ‘에누마 글방’ 등에 게임처럼 구현했다. 예를 들어 토도수학은 ‘2+3=5’를 가르칠 때 숫자와 기호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한쪽에서 파란 돌을 2개 떨어뜨리고 다른 쪽에서 빨간색 돌을 3개 떨어뜨리면 돌이 섞이며 5라는 숫자가 나오도록 만들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에서 사용할 수 있는 이 앱들은 아이들이 돌을 옮기기 위해 화면을 만지는 행위에 재미를 느끼도록 개발했어요.” 덕분에 2014년 처음 나온 토도수학은 지금까지 900만회 이상의 내려받기 횟수를 기록하며 20개국 앱스토어에서 교육분야 1위를 했다.

지난해 나온 토도영어는 유아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앱이다. 이 대표는 유아들에게 학습지 형태의 영어 교육이 한계가 있다고 본다. “영어는 읽고 쓰고 듣는 것을 종합적으로 가르쳐야 하는데 학습지로는 힘들죠. 이를 앱 하나에서 모두 구현해 아이 혼자서 기초적인 영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했어요.”

그의 이런 생각이 적중해 토도영어는 1년 만에 국내 이용자가 15만명에 이르며 국내 구글 플레이스토어의 아동 교육 앱 매출 1위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토도영어는 지난 18일 네이버의 메신저 서비스 ‘라인’과 협업해 라인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형태로 바꿔서 일본에서도 출시됐다.

지난해 KB국민은행과 손잡고 내놓은 에누마 글방은 국내 다문화가정의 아이들에게 한글을 가르치는 앱이다. “국내 아이들 중 3%는 다문화 가정 아이들이에요. 이들이 취학했을 때 우리말이 완벽하지 않으면 어울리지 못해 주눅이 들고 언어장애로 판정받을 가능성이 커요. 이들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었죠.”

이 대표는 여기 그치지 않고 올해 안에 ‘토도한글’을 새로 선보일 예정이다. “해외에서 거주하는 동포 아이들이 한글을 배울 수 있는 앱이에요. 외국에서 살면 한인학교를 보내지 않는 이상 한글을 배우기 힘들어요.”

개도국에 교육용 소프트웨어 보급 사업도 개시

에누마는 개인 뿐 아니라 정부를 상대로 한 교육 사업도 한다. 올해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한 ‘에누마 스쿨’은 개도국의 기초교육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이다. “에누마 스쿨은 인도네시아 글과 수학, 영어를 체계적으로 가르치는 교육 소프트웨어입니다. 인도네시아 교육 재단과 손잡고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죠. 내년에 동남아시아 지역의 말레이시아 등 2개국에 추가로 진출할 예정이죠.”

이를 통해 그가 겨냥하는 것은 국가간 교육 격차 해소다. 특히 개도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디지털 교육을 하고 싶어도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낮아 기기 보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따라서 개도국에서는 교육용 소프트웨어와 함께 기기 보급이 중요하다. “에누마 스쿨은 태블릿을 함께 보급해요. 이마저도 힘든 국가를 위해 스마트폰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바일 앱을 확산시킬 생각이에요.”

이 때문에 이 대표는 컴퓨터(PC)용 소프트웨어를 만들지 않는다. “아이들이 PC의 키보드 사용을 어려워해요. PC를 건너 뛰고 바로 휴대 기기로 넘어간 아이들이 많아서 그렇죠.”

에누마를 유명하게 만든 글로벌러닝엑스프라이즈 대회 우승도 개도국 아이들의 학습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것이었다. “유네스코에서 전세계 2억 5,000만 명에 이르는 아이들의 문맹 해소를 과제로 내걸었죠. 탄자니아의 미취학 아이들에게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를 태블릿에 설치해 주고 5년 동안 학습한 뒤 읽기 쓰기가 가능한지 증명하는 대회였어요.”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개발도상국의 문맹 퇴치를 위해 개발한 교육 소프트웨어로 2019년에 받은 글로벌러닝엑스프라이즈 우승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세계 교육 스타트업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부터 직접 상패를 받았다. 배우한 기자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개발도상국의 문맹 퇴치를 위해 개발한 교육 소프트웨어로 2019년에 받은 글로벌러닝엑스프라이즈 우승패를 들어보이고 있다. 전세계 교육 스타트업이 참여한 이 대회에서 우승한 그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로부터 직접 상패를 받았다. 배우한 기자


올해 매출 10배 이상 성장할 것

매출은 매달 이용료를 받는 토도수학과 토도영어에서 나온다. 토도수학은 월 1만원, 토도영어는 월 3만원이다. “토도수학은 매출 절반이 중국에서 나와요. 토도영어는 국내 매출이 압도적으로 많죠.”

올해 매출은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교육의 확산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과목당 월 4만 원 정도인 학습지와 비교하면 아직은 디지털 교육의 이용료가 낮은 편이에요. 하지만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교육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이용료가 올라갈 것으로 봐요.”

이에 힘입어 올해 매출이 2018년 말과 비교해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200억 원이에요.”

투자업계에서는 그만큼 에누마의 성장 가능성을 높게 봤다. 이 대표는 지금까지 미국 K9벤처스, 중국 TAL 교육그룹, 소프트뱅크벤처스 아시아, 엘로우독, SK(주) 등으로부터 총 220억 원의 투자를 받았다.

여기 맞춰 서비스를 끌어올리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부모와 학습지 교사들이 하던 상담을 디지털 형태로 바꾼 챗봇을 토도영어에 도입했다. 또 올해 말까지 인공지능(AI)도 여러 서비스에 적극 도입할 방침이다. “각종 시험, 부모들과 상담에 AI를 적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어요.”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하나씩 늘어나요."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입은 회사에서 단체로 맞춘 윗도리 어깨에 제품 패치가 붙어 있다. 배우한 기자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하나씩 늘어나요." 이수인 에누마 대표가 입은 회사에서 단체로 맞춘 윗도리 어깨에 제품 패치가 붙어 있다. 배우한 기자


아이의 아픔 딛고 ‘엄마의 마음’으로 창업

서울대 조소과를 나온 이 대표는 대학 시절 게임회사에서 캐릭터를 그리는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경험 덕분에 졸업 후 게임 스타트업에서 게임 디자이너로 일하다가 2005년 엔씨소프트의 기획조정실로 옮겼다. “게임과 교육을 접목한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안했어요. 엔씨에서도 적극 동의해 오랜 시간 프로젝트를 진행했죠. 그래서 게임 기술이 사람들의 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믿어요.”

그는 그때 만난 이건호 CTO와 결혼했으나 2007년 남편이 미국 버클리대학에서 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기 위해 유학하며 퇴사했다. 이후 미국에서 태어난 아이는 사업에 관심 없던 이 대표를 창업가로 바꿔 놓았다.

그는 청각장애 등으로 아이가 학교 교육에 어려움이 예상돼 혼자서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했다. “회사를 차릴 생각이 없었어요. 장애아들을 위한 실험적인 제품을 개발했는데 마침 벤처 투자자 눈에 띄어서 회사를 만들어보라는 제안을 받았죠.”

그가 보기에 당시 나온 교육 소프트웨어들은 사용이 불편하고 시대에 뒤떨어져 있었다. “남편과 상의해 우리가 아는 흥미를 유발하는 기술을 아이들 교육에 사용하기 위해 창업했죠. 우리 아이를 향한 엄마의 마음으로 창업했어요.”

아이를 키우며 다니는 회사가 모토

엄마의 마음은 독특한 기업 문화로 이어졌다. 서울과 미국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있는 에누마는 ‘아이를 키우며 다닐 수 있는 회사’가 모토다. “아이를 키우며 일할 수 있도록 유연근무를 해요. 자리를 비울 경우 게시판에 이유만 올려 놓으면 돼요. 아이 돌봄 등을 이유로 자연스럽게 자리를 비우죠. 회사에서도 일 얘기보다 교우 관계나 학원 선택 등 아이들 이야기를 더 많이 해요.”

이런 분위기는 제품 개발로 이어진다. 120명에 이르는 에누마 직원들은 제품을 개발하면 자녀들에게 시험해보고 문제 푸는 방법 등을 영상으로 찍어 사내 게시판에 올린다. 이 때문에 직원 자녀들의 이름과 나이가 적힌 표가 있다. “자녀 명단을 보고 연령대에 맞는 시험을 해요. 덕분에 직원들이 서로의 자녀 이름을 알아요. 또 시험기 영상을 게시판에 올릴 때 자녀 이름과 함께 올려요. 이것을 보며 제품의 개선점을 서로 논의하죠. 그때 자연스럽게 아무개가 많이 컸다는 댓글도 붙어요.”

이런 이야기들이 알려지면서 유명 IT기업에서 이직하는 사람들이 늘었다. 주로 자녀를 둔 사람들이다. “대형 포털, 게임업체 등에서 경력자들이 많이 옮겨 왔어요. 주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을 갖고 싶다거나 아이의 삶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유죠.”

“코로나19 이후 디지털 교육 가속화 할 것”

이 대표는 코로나19 때문에 디지털을 이용한 선행학습이 빨리 확산될 것으로 내다 봤다. “디지털에 대한 부모들의 두려움과 거부감이 사라졌어요. 코로나19로 학교와 학원을 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디지털이 아이들을 돌봐준 셈이죠.”

그가 생각하는 디지털 교육은 학교에서 하지 못하던 것을 기술로 보완해 제공하는 것이다. “유엔은 2030년까지 전세계 아이들 교육의 질을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어요. 우리는 거기에 일조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어요. 이를 위해 학교 교육과 디지털을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을 계속 고민할 겁니다.”

최연진 IT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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