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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내 이웃, 의료계 모두 코로나 극복 노력 중" 연대의식 여전히 굳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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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우리 삶에 침투한 지 1년 반이 훌쩍 지났다. 백신접종률이 높아지고 방역당국이 단계적 일상 회복을 시작한다고 밝히면서, 코로나19와의 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를 완전히 없애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짐에 따라, 코로나19와 공존하며 안전하게 살아갈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하는 때가 되었다.
본격적인 위드 코로나 시대 시작에 앞서, 그동안의 방역 과정에서 대한민국과 시민이 획득한 자산인 연대 의식을 점검해 보고자 한다. 코로나19라는 전에 없던 재난을 겪고 극복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를 더 생각하고 믿게 되었을까? 대한민국 구성원이라는 공동체 의식은 얼마나 높아졌을까? 코로나19 방역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그리고 방역의 대전환을 앞둔 지금 이 시점의 조사결과 비교를 통해 알아보았다.
코로나19와 같은 전 국가적인 재난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연대 의식이다. 공통의 재난이 닥쳤을 때, 위기에 처한 공동체를 지켜나가기 위한 연대 의식이 발동한다. 코로나19 초기 상황에서도 연대 의식은 빛을 발했다. 초기 확산세가 심했던 대구경북지역에 마스크 등 구호물품을 보냈고, 마스크 대란이 닥치자 마스크 5부제에 동참하며 불편함을 감수하였다.
코로나19 방역전쟁이 1년 반을 넘겨 피로감이 누적된 현재 시점에서도, 이러한 연대감은 유지되고 있을까? 사회 각 구성원 모두가 방역전쟁에 충분히 동참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이를 확인해 보기 위해,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9월 10~13일 나와 우리 국민, 그리고 주요 정부기관 및 단체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얼마나 노력한다고 생각하는지 물어보았다. 한국리서치는 코로나19 1차 유행이 진정국면에 접어들던 지난해 3월 13~16일에도 동일한 문항을 물어본 적이 있다.
이번 조사에서 ‘내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은 93%로 매우 높았다. 여기에 더해, ‘우리 국민이’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도 87%로 높았다. 나와 내 이웃들이 코로나19 극복에 참여하고 있다는 연대감은 굳건했다.
주요 기관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일까? 의료계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도 90%를 넘었다(공공의료계 95%, 민간의료계 92%). 지난해 3월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매우 높은 믿음이다. 질병관리청(90%), 보건복지부(86%), 의료전문가단체(85%) 등 방역을 책임지는 정부기관 및 전문가집단에 대한 믿음도 매우 높다. 기초자치단체(79%)와 광역자치단체(77%) 등 행정기관이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 역시 80%에 달했다. 이보다 조금 낮기는 하지만 민간기업 역시 노력하고 있다는 평이 우세하고(71%), 청와대 역시 응답자의 66%가 노력하고 있다고 평했다. 모두 지난해 3월 조사와 비슷하거나 큰 차이가 없는 결과로, 코로나19 대응 초기에 보여주었고, 또 쌓였던 신뢰도가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음이 확인되었다.
다만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이 과반에 미치지 않는 집단도 있다. 종교계가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월보다 오히려 더 떨어진 31%로 조사대상 중 가장 낮았다. 정치권(35%), 언론(48%) 역시 지난해 3월과 큰 차이 없이 과반을 넘지 못했다. 시민단체가 노력하고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월 조사에서는 69%로 높았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9%로 떨어졌다.
실질적인 어려움이 닥쳤을 때, 이를 지지해 줄 수 있는 사람이나 집단이 있는지도 연대 의식을 측정하는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내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면, 다음에 다른 사람에게 베풀고자 하는 마음도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이러한 도움을 받을 수 없는, 고립된 사람들을 위해서는 지자체나 복지시설, 종교기관 등이 나설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내가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 속해 있다는 공동체 의식, 서로 이어져 있고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연대 의식도 높아질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응답은 지난해 3월 조사에 비해 높아졌다. 자가격리나 휴원 등으로 집안일을 부탁해야 하는 상황일 때(46%→59%), 생계 곤란으로 돈을 빌려야 할 때(47%→58%), 우울해서 이야기 상대가 필요할 때(68%→74%) 도움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답한 응답이 6~13%포인트 높아졌다. 어려움이 있을 때 도움을 요청할 기관(정부나 지자체, 공공기관, 복지시설, 종교시설 등)이 있다는 응답은 과반 이하로 낮았으나, 이 역시 지난해 3월 조사에 비하면 7~8%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19 위기 극복 과정에서 주변 사람과 공적 기관의 지지 또한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근로자는 재택근무나 유연근무를 통해 낯선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하고 감염 위험을 줄였다.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정상적인 근무, 혹은 이전보다 더 힘들게 업무를 수행해야 하는 필수 직업군들이 있다. 이들 직업군의 어려움을 모두 충분히 공감하고 있을까? 정부가 이들 직업군의 처우를 개선하는 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고 있을까?
조사 결과, 직종별로 차이는 있었으나 처우 개선에 동의하는 의견이 우세하였다. 정부가 간호사의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데 92%가 동의하였고, 요양보호사 및 장애인·노인돌봄 종사자 처우 개선 역시 90%가 동의했다. 보건·의료·소방분야 공무원(89%), 환경미화원(85%), 보육교사(82%), 여객운송종사자(81%)에 대한 처우 개선 역시 80% 이상이 동의하였고, 사회·복지분야 공무원(77%), 택배·배달·퀵서비스 기사(73%), 의사(72%) 역시 다수가 처우 개선에 동의하였다.
코로나19 극복 전쟁의 가장 최전선에서 큰 타격을 받은 사람들이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손님이 끊긴 자영업자, 경제상황 악화로 일자리를 잃은 비정규직, 가뜩이나 적었던 취업의 기회마저도 더 희미해진 청년구직자들이다. 정부가 이들의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줘야 한다고 생각할까? 해줘야 한다면, 어느 정도 해줘야 할까? KBS와 시사인, 한국리서치는 지난해 5월과 11월 동일한 질문을 던진 바 있다.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5월에는 정부가 이들의 손실을 전적으로, 혹은 상당 부분 지원해줘야 한다는 응답이 높았으나, 11월에는 감소한 것이 확인되었다.
이번 조사에서는, 다시 이들의 손실을 크게 지원해줘야 한다는 응답이 높아졌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경영 손실을 전적으로, 혹은 상당 부분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지난해 11월 45%에서 이번에 62%로 높아졌다. 비정규직의 소득 감소(44%→60%), 청년구직자의 소득 감소(35%→52%)에 대해서도 정부가 크게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높아졌다. 코로나19 상황이 장기간 지속된 결과 이들에 대한 피해가 더 이상 외면하기 힘들 정도로 가시화되었으며,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해야 한다는 의견이 높아진 것이다.
코로나19 극복 과정에서 얻은 높은 공동체 의식과 연대 의식, 시민·공공기관에 대한 신뢰는 코로나19 이후 더 나은 우리나라를 만드는 데에도 요긴하게 사용할 중요한 자산이다. 다만, 이러한 결과는 당장의 위기 극복을 위한 당위적인 태도 때문일 수 있기에, 후속 조사를 통해 검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높아진 연대 의식을 기반으로 한 실제 정책 집행 과정, 예를 들면 피해 직종에 대한 지원을 어느 정도로 할 건지와 이에 필요한 예산은 어떻게 충당할 것인지 등에서 갈등이 드러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재난 상황에서만 일시적으로 유지되다 사라지지 않게, 장기간 내재화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 또한 중요한 과제이다.
이동한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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