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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주적 아니다”라는 김정은, 행동으로 보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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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1일 국방발전전람회 연설에서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한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남한이 우리를 걸고 들지만 않는다면 한반도 긴장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70여 년 전 동족을 향해 전쟁을 일으켰고 지난해까지도 ‘서울 불바다’ 위협을 일삼던 북한이 갑자기 표변해 평화의 사도인 양 말하는 걸 그대로 믿기는 어렵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화성-16형’으로 추정되는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화성-8형),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북극성) 등을 세워둔 채 열병식에 버금가는 무력 시위를 하며 이뤄진 점도 간과할 수 없다. 한 손에 칼을 든 채 걱정하지 말라고 얘기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연설의 방점이 한미 군사력 강화를 위선과 강도로 비난한 뒤 이를 핑계 삼아 핵개발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데 찍힌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북한이 종전선언과 정상회담 가능성을 언급하고 남북한 통신연락선을 복원한 데 이어 김 위원장이 다시 유화 메시지를 보낸 건 의미를 부여할 만하다. 양면책일 수도 있지만 연초 미국을 ‘최대의 주적’으로 겨냥한 걸 떠올리면 분위기는 확연하게 달라졌다. 마침 서훈 국가안보실장과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논의에도 긍정적 영향이 기대된다.
중요한 건 말이 아닌 실천이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이 진정 한미를 주적으로 여기지 않고 핵도 포기할 의사가 있다면 이를 믿을 만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그 첫걸음은 남북 및 조건 없는 북미 대화 재개에 응하는 것이다. 갈 길이 먼 남북미중 정상의 종전선언과 한반도평화체제를 위해 가장 먼저 바뀌어야 할 건 바로 북한의 이중 잣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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