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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잦아들면 '보복 여행' 터진다...국민 76%가 "국내 여행 더 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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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는 2020년 1월 국내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의 증가, 감소가 반복되며 2년째 장기화되고 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의 '국민여행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하기 전 우리나라 국민의 해외 여행 경험률은 꾸준히 20% 이상을 유지하였으나(2019년 23.2%, 2018년 22.4%, 2017년 20.8%) 코로나19 이후 해외 여행길은 막혀버렸다. 최근 백신 접종 완료자를 대상으로 일부 국가에서 자가격리 기간을 면제하며 해외 여행객을 허용하고 있으나 여러 번의 추가 검사와 비용은 오롯이 여행객 본인의 몫이다.
해외 여행이 어려운 현시점에 사람들은 국내 여행으로 여행의 갈증을 해소하고 있을까? 코로나19 전과 비교했을 때, 국내 여행 유형에는 어떤 변화가 예상될까?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지난달 10~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하였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만 15세 이상 전 국민의 국내 여행 경험률은 92.4%, 여행 횟수는 7.6회로 대다수가 1년에 한 번쯤은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2020년 국내 여행 경험률은 86.4%, 여행 횟수는 5.0회로 줄어들었다(2019, 2020 국민여행조사 기준).
코로나19 확산세가 지속되고 있는 2021년의 여행 경험 역시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조사방법과 조사대상, 여행에 대한 기준 등이 달라 국민여행조사와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지만,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이번 조사에서 2021년 한 해 국내 여행을 다녀온 경험이 있다는 응답은 50%, 여행 횟수는 2.4회에 그쳤다. 또한 응답자의 80%가 코로나19 확산 이전과 비교했을 때 국내 여행 횟수를 줄였다고 답했고, 올 한 해 국내 여행을 다녀온 사람 중에서도 64%는 코로나19 유행 전과 비교했을 때 여행지에 머무는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답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 여행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 역시 많이 위축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코로나19가 지속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국내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은 왜 여행을 다녀왔을까? 장기간 이어진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집에만 있기가 답답해서 여행을 했다는 응답도 46%를 차지했지만, 마스크 착용이나 손소독제 사용 같은 개인방역수칙을 준수하면 안전하다(52%)고 생각하거나, 사람이 적은 지역 방문은 안전하다(43%)고 생각해 국내 여행을 다녀왔다는 응답도 적지 않았다.
실제로 코로나19 이후 여행지를 결정할 때, 위생·안전(63%), 해당지역 방문하는 사람 수(54%)를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이 고려했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은 반면, 전통적인 결정 기준이라고 할 수 있는 경험자의 추천(20%), 여행경비(23%), 볼거리(32%)를 코로나19 이전보다 더 많이 고려했다는 응답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여행을 떠남에도 불구하고 최대한 안전한 곳으로, 사람과의 접촉을 신경 쓰며 여행지를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올해 국내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의 방문 지역은 강원(28%), 경기(20%), 경남(17%) 순이었고,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는 강원(20%), 제주(12%), 경남(11%) 등을 꼽았다. 특히 제주도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는 82%가 제주도를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강원도 여행 경험이 있는 사람 중에서는 72%가 강원도를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로 꼽아 다른 지역에 비해 만족도가 높았다.
코로나19 이전과 같은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면,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지를 재방문 할 의향이 있다는 응답은 79%로 매우 높았다. 제한된 환경이었지만, 올 한 해 방문했던 여행지의 만족도는 전반적으로 높은 수준이었다.
국내 여행은 앞으로도 코로나19 상황의 영향을 많이 받을 것이다. 사람들은 안심하고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기준을 어떻게 잡고 있을까? 이번 조사 결과에 따르면, 확진자 수 100명 이하로 유지될 경우 전체 응답자의 74%가, 백신 접종률이 80% 수준이 되면 전체 응답자의 61%가 국내 여행을 다녀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반면 확진자 수가 1,000명 이하로 유지될 경우에는 33%만이, 백신 접종률이 50% 수준이면 19%만이 국내 여행을 다녀올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현재 추세와 10월 말 이후로 예상되는 단계적 일상 회복 과정을 감안할 때 확진자 수가 두 자릿수로 떨어질 가능성은 거의 없고, 백신 접종률 80% 역시 정부가 목표로 하고 있는 최대 수치라는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 상황이 지속되는 이상 국내 여행 역시 계속해서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로나19가 나아진 이후의 상황을 가정했을 때, 응답자의 76%가 코로나19 이전보다 국내 여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였다. 이는 코로나19 이전보다 해외 여행이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66%)보다 높은 것이다. 불확실성이 높고 언제 코로나19에서 벗어날지 모르는 해외보다는 상대적으로 상황이 나은 국내를 여행하려는 수요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상황이 회복된다면, 여행 유형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까? 다양한 여행의 형태를 제시하고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어떻게 변할지를 물어보았는데, 소규모 인원 여행(70%)이 단체·패키지여행(61%)보다, 실외공간 방문(72%)이 실내공간 방문(64%)보다, 자가용 여행(72%)이 대중교통 여행(64%)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다소 높았다. 코로나19 이후에도 불특정 다수와의 접촉을 최대한 낮추는 여행 유형이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여행지 맛집에서의 식사(72%)가 직접 조리·포장 등 숙소 내에서의 식사(58%)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응답이 높은 것은 흥미롭다. 맛있는 음식은 여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이고, 대체 불가능함을 보여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겠다.
코로나19 회복 후의 상황을 가정하여 조사한 14개 항목 모두 ‘증가할 것이다’는 응답이 과반 이상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코로나19 상황이 나아지면 어떤 형태의 여행이든지 코로나19 이전보다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으로, 코로나19로 억눌려 있던 여행 심리가 ‘보복 여행’으로 폭발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이다.
일일 신규 확진자가 2,000명을 넘나드는 요즘, ‘여행’이란 단어조차 조심스럽다. 그러나 장기화된 코로나19와 강도 높게 이어지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대다수의 사람들이 지치고 답답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단계적 일상 회복을 준비해야 하는 우리는 더 이상 여행에 소극적일 필요는 없을 것이다. 개인위생수칙과 방역수칙 준수 등 기본적인 준비에 더해, 여행·관광·요식업계 종사자, 방역당국 등이 모두 힘을 모아 안전하게 국내 여행을 즐길 수 있는 준비를 차근차근 시작해야 하는 시점이다.
김지혜 한국리서치 여론1본부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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