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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신념 드러내는 ‘미닝 아웃’ 소비… 40대·여성·진보층서 적극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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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소비 행위를 뜻하는 ‘미닝 아웃(Meaning Out)’이라는 단어가 우리나라에 처음 공식 등장한 것은 2017년 후반이다.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는 2017년 말 발간된 ‘트렌드 코리아(2018)’에서 ‘워라밸’, ‘소확행’ 등과 함께 ‘미닝 아웃’을 2018년 10대 키워드로 예측한 바 있다. 이로부터 4년여가 지난 현재, 미닝 아웃은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특히 MZ세대의 소비 행태를 대표하는 키워드로 자리잡았다.
한국리서치 '여론 속의 여론' 팀은 7월 2~7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미닝 아웃 소비 행태에 대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미닝 아웃을 하는 사람들의 특징, 그리고 미닝 아웃이 소비자의 가장 적극적인 주권 행사 방식인 불매 운동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주목해 보았다.
미닝 아웃을 측정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본 조사에서는 두 개의 질문을 활용해 각 응답자의 미닝 아웃 성향을 확인했다. 하나는 ‘나의 가치나 정치적 신념에 맞는 기업의 제품·서비스는 가격이나 품질이 미흡하더라도 가급적 구매하겠다’, 다른 하나는 ‘나의 가치나 정치적 신념에 맞지 않는 기업의 제품·서비스는 가격이나 품질이 좋더라도 가급적 구매하지 않겠다’이다. 두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한 사람을 미닝 아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으로, 둘 중 하나의 질문에만 ‘그렇다’고 답한 사람은 미닝 아웃을 소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소극적 미닝 아웃 그룹)으로, 두 질문 모두 ‘아니다’라고 답한 사람은 미닝 아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노 미닝 아웃 그룹)으로 분류했다.
조사 결과, 둘 다 ‘그렇다’고 답한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은 전체 응답자의 35%, 둘 중 하나만 ‘그렇다’고 답한 소극적 미닝 아웃 그룹은 전체의 28%를 각각 차지하였다. 둘을 합하면 전체의 63%가 자신의 가치나 정치적 신념을 소비생활에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반면 둘 다 ‘아니다’라고 답한 노 미닝 아웃 그룹은 전체의 37%를 차지했다.
연령별로 결과를 살펴보면, 한 가지 특이한 점이 눈에 띈다. 20·30대 MZ세대가 미닝 아웃을 주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이번 조사에서는 40대가 미닝 아웃을 가장 적극적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이 확인되었다. 40대의 42%가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에, 31%가 소극적 미닝 아웃 그룹에 속해, 전체의 73%가 미닝 아웃 소비를 한다고 답했다. 반면 20대에서는 57%가 미닝 아웃 소비를 한다고 답해 전체 평균을 밑돌았고(적극적 미닝 아웃 29%, 소극적 미닝 아웃 28%), 30대에서는 62%가 미닝 아웃 소비를 한다고 답해 전체 평균과 차이가 없었다(적극적 미닝 아웃 35%, 소극적 미닝 아웃 27%). 미닝 아웃이 MZ세대의 고유한 소비 특성은 아니라는 점이 드러나는 결과다.
응답자 특성별로 조금 더 살펴보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서 미닝 아웃 소비를 한다는 응답이 우세하였다(남자 58%, 여자 68%). 또한 본인이 진보 성향이라고 답한 사람의 71%가 미닝 아웃 소비를 한다고 답해 중도층(59%), 보수층(61%)보다 높았다. 월 평균 가구소득 600만 원 이상 응답자는 300만 원 미만 응답자에 비해 적극적으로 미닝 아웃을 실천한다는 응답이 다소 높았으나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은 아니었고, 거주지역이나 학력에 따른 차이는 없었다.
미닝 아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미닝 아웃을 실천하지 않는 사람들에 비해 정치적 효능감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의 83%가 ‘우리 같은 사람도 정부가 하는 일에 대해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해, 노 미닝 아웃 그룹(70%)보다 높았다. ‘정부는 우리 같은 사람의 의견에 관심이 있다(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 49%, 노 미닝 아웃 그룹 36%)’, ‘우리나라에서는 국민들의 의사가 정책에 반영된다(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 52%, 노 미닝 아웃 그룹 34%)’에서도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의 긍정 응답이 우세하였다.
미닝 아웃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는 사람들은 사회문제에도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의 82%가 ‘인권·차별·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다’고 답해, 노 미닝 아웃 그룹(63%)보다 높았다. ‘인권·차별·불평등과 같은 사회문제에 관한 책이나 기사를 읽는다(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 73%, 노 미닝 아웃 그룹 51%)’, ‘사람들과 사회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 76%, 노 미닝 아웃 그룹 61%)’에서도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의 긍정 응답이 우세하였다. 사회문제에 대한 높은 관심, 그리고 자신의 의견이 정부 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다는 적극적인 태도가 자연스럽게 본인의 가치관을 드러내는 소비 행태로 이어진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미닝 아웃을 하는 사람들은 불매 운동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까? 일본 제품 불매 운동, 내부 구성원에 대한 갑질 및 처우개선 문제가 불거져 불매 운동이 진행된 A사와 B사, 특정 성별에 대한 차별 및 혐오 문제가 지적되어 불매 운동이 진행된 C사와 D사의 사례를 제시하고 불매 운동 참여 경험 여부를 물었다.
촉발 원인이 서로 다른 불매 운동 유형임에도 불구하고, 5개의 불매 운동 모두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의 참여율이 노 미닝 아웃 그룹보다 높았다. 특히 갑질 및 처우개선 문제에서 비롯된 A사와 B사 불매 운동에서 두 그룹 간 차이가 두드러졌다.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은 65%가 A사 불매 운동에 참여했다고 답해 노 미닝 아웃 그룹의 참여율(41%)보다 24%포인트 높았다. 또한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의 78%가 B사 불매 운동에 참여했다고 답해 노 미닝 아웃 그룹의 참여율(52%)보다 26%포인트 높았다.
불매 운동 참여율뿐만 아니라, 불매 운동을 지지한다는 응답 역시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이 더 높았다.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은 최소 78% 이상이 일본 제품 불매 운동, A사와 B사 불매 운동을 지지한다고 답했고, C사와 D사 불매 운동도 각각 65%, 73%가 지지한다고 답했다. 모두 전체 평균 및 노 미닝 아웃 그룹의 지지 응답보다 높은 값이다.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은 불매 운동의 영향력 역시 더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었다.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의 45%가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기업의 행동변화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답해, 노 미닝 아웃 그룹의 응답(35%)보다 높았다. 적극적 미닝 아웃 그룹은 A사 불매 운동에 대해서도 36%가, B사 불매 운동에 대해서도 40%가 기업의 행동변화에 매우 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의견을 보여, 노 미닝 아웃 그룹(A사 불매 운동 21%, B사 불매 운동 23%)보다 높았다.
종합해 보면, 미닝 아웃을 적극적으로 실천할수록 불매 운동에 참여한다는 응답이 높고, 그 효능감 역시 높았다. 미닝 아웃이 개개인의 소비 행태를 넘어, 조직적인 소비자 운동으로까지 이어지는 흐름을 엿볼 수 있는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는 10명 중 6명이 미닝 아웃 소비를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미닝 아웃은 20·30대만의 현상이 아닌, 전 연령대의 소비자를 아우르는 트렌드가 되었다는 점도 확인할 수 있었다. 미닝 아웃 소비를 실천하는 사람들은 사회문제에도 큰 관심을 보이며, 불매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소비자는 더욱 현명해지고 깐깐해지고 있다. 기업은 나날이 진화하는 소비자에게 발맞추려는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동한 여론본부 차장
김태현 여론1본부 인턴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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