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노조· 복지부 협상 시작… 결렬 시 2일 오전 7시 파업

입력
2021.09.01 17:30
수정
2021.09.01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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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진료소, 큰 타격"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의 13차 노정실무교섭에 앞서 김부겸(오른쪽) 국무총리가 나순자(왼쪽)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 후 이동하고 있다. 가운데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의료기관평가인증원에서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과 보건복지부의 13차 노정실무교섭에 앞서 김부겸(오른쪽) 국무총리가 나순자(왼쪽) 보건의료노조 위원장과 비공개 간담회 후 이동하고 있다. 가운데는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 연합뉴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 예고 하루 전인 1일 노조와 보건복지부는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이번 협상마저 결렬되면 노조는 예정대로 2일 오전 7시 파업에 돌입한다.

가장 먼저 타격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선별진료소다. 파업으로 인력이 비게 되면 병원들로서는 코로나19 환자 병동과 중환자실, 응급실 등 실제 진료하는 곳에 인력을 우선 배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면 진단검사는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 당장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의 코로나19 선별진료소는 파업이 강행될 경우 문을 닫을 가능성이 있다.

75개 선별진료소 운영 차질 위기

1일 국립중앙의료원에 따르면 이 병원 전체 인력 1,700명(의사 포함) 가운데 의사를 제외한 간호사, 의료기사 등 노조원 600명가량이 파업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정협상이 결렬돼 이들이 모두 파업에 들어간다면 의료원은 선별진료소를 운영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 의료진을 코로나19 환자나 일반 중환자들 돌보는 쪽에 먼저 투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의료원 관계자는 “코로나 병동이 최우선이고, 일반 병동도 최소한으론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선별진료소는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중앙의료원 선별진료소는 하루에 100~200명을 검사한다. 일일 검사량이 50건 미만인 곳도 많은 걸 감안하면 작지 않은 규모다. 더구나 토요일과 일요일도 운영하기 때문에 해외출장이 잡힌 사람들의 수요가 많다. 이곳이 문을 닫으면 주말에 급하게 검사하려는 사람들이 문을 연 다른 검사소를 찾아 다녀야 한다.

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104개 의료기관이 파업 참여 의사를 보였다. 그중 75개가 선별진료소를 운영한다. 매일 2,000명에 가까운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선 검사 한 건 한 건이 아쉬운데, 선별진료소 운영에 차질이 생기면 해당 지역 검사는 지연될 수밖에 없다. 서울시 서남병원 역시 파업이 진행되면 코로나19 병동, 예방접종센터는 정상 운영하지만, 선별진료소는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 복지부는 검사 지연 지역에선 보건소 선별진료소와 임시선별검사소의 운영시간을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의 이동 음압병동에서 한 의료인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병실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서북병원의 이동 음압병동에서 한 의료인이 폐쇄회로(CC)TV를 통해 병실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병동도 불안하다. 일부 감염병전담병원과 대학병원은 파업을 염두에 두고 대체 인력을 편성했다. 한 감염병전담병원 관계자는 “비노조원 업무량을 늘려서라도 코로나19 환자들을 다른 병원으로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데, 간호사 파업 참여가 많아지면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 병동에는 다루기 까다로운 보호구를 착용하고 들어가야 하는데, 제대로 훈련받지 않은 인력을 투입했다가 오히려 감염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간호사 한 명이 두 명 몫 하며 버텨야”

일각에선 설사 파업이 강행되더라도 전체적인 코로나19 대응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복지부에 따르면 파업에 참여하는 75개 선별진료소의 하루 평균 검사 비중은 전체 검사량의 2.6%(1,051건) 정도다. 이 중 49개소는 일일 검사량이 10건 미만이다. A대학병원 관계자는 “원내 구역별로 소규모 인원이 파업에 참여하는 형태라 큰 의료 공백이 생기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임박한 1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모습. 뉴스1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임박한 1일 서울 영등포구 보건의료노조 사무실 모습. 뉴스1

문제는 파업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노조는 ‘2일부터 무기한’이란 입장이다. B대학병원 관계자는 “파업할 경우 간호사 한 사람이 두 사람 몫을 하는 식으로 버텨야 한다”며 “파업이 장기화하면 남은 인력이 너무 힘들어진다”고 우려했다. 정부도 이번 사태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다. 이기일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전국 3,400여 개 병원 중 파업에 참여하는 곳은 104개인데, 대부분 대형병원이거나 감염병전담병원”이라며 “필수업무 인력이 남는 중환자실과 달리 중등증 환자를 보는 곳은 특히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 노정협상은 이날 오후 3시 시작됐다. 이 실장은 모두발언에서 “남은 과제들에 대해 정부가 의지를 갖고 이견을 좁힐 수 있도록 성실하게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선희 노조 부위원장은 “이행되지 않는 약속만을 남기지 않는 교섭이 되면 좋겠다”고 했다.

임소형 기자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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