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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프론 혁명 이끈 미얀마 승려들… ‘2021 쿠데타’엔 왜 침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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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는 강고한 불교 국가다. 인구의 90%가 불자이며, 승려만 50만 명에 달한다. 사원에 시주하는 것이 일상인 미얀마에서 승려는 단순 종교인을 넘어 국가의 중요한 정신적 축이다. 승려들의 영향력은 2007년 9월 군부의 폭거에 저항한 ‘샤프론 혁명’(Saffron Revolution)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당시 승려들은 민주화를 요구하며 거리로 먼저 나섰고, 샤프론(연황색) 색상의 승복 뒤로 수만 명의 민중이 비폭력 시위에 힘을 보탰다. 혁명은 군부의 폭력 진압에 두 달여 만에 진압됐지만, 군부는 승려 중심의 반군부 여론에 떠밀려 2011년 문민정부로 정권을 이양했다.
절치부심한 미얀마 군부는 권력을 잃은 뒤 승려들을 아군으로 만들기 위해 공을 들였다. 문민정부가 국가재건을 위해 불교 예산을 삭감한 틈을 타, 군부 자금으로 전국의 사원을 보수하고 저명한 고승들에게 거액을 시주했다. 2017년 미얀마 내 무슬림인 로힝야족 학살 사태는 군부와 불교근본주의자들의 동맹을 끌어낸 계기가 됐다. 샤프란 혁명을 주도해 국민적 존경을 받았던 노승 시타구 사야는 "무슬림에 대한 군부의 폭력은 정당하다"고 두둔했으며, 일부 극우 승려들 역시 "무슬림은 불교를 말살하려는 '미친개'"라며 힘을 보탰다.
군부에 길들여진 고위직 승려들은 지난 2월 쿠데타 이후 일제히 종적을 감췄다. 30일 이라와디 등 현지매체와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불교 지도부의 쿠데타 후 유일한 공식 언급은 지난 3월 친군부 승려단체인 '마하 나야카 위원회'가 군부에 폭력을 자제해줄 것을 요청한 것이 전부다. 반면 군부의 승려 챙기기는 여전하다. 군부는 지난 4월 현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창궐하자 가장 먼저 승려들에게 백신을 맞췄다. 군부 수장 민 아웅 흘라잉 최고사령관은 지난 3월26일 수도 네피도에 건설 중인 부처상 기공식장에 고승들을 대거 초청하기도 했다. 네피도 부처상은 완성 시 세계에서 가장 큰 대리석 건축상으로 등재될 전망이다.
남은 희망은 MZ세대(1980년대 초반~2000년대 초반 출생) 젊은 승려들이다. MZ 승려들은 사태 초기부터 시민들과 함께 촛불 시위를 벌이고 반군부 집회에도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예불 시간에 합장이 아닌, 민주화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까지 하는 이들은 미얀마 불교의 본산인 만달레이를 중심으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 만달레이의 한 승려는 "마하 나야카 위원회가 민주화 시위 참가를 금지한 데 이어, 참여 인원들을 사원에서 내쫓고 있다"며 "힘들겠지만, 고통 받는 민중들과 함께할 승려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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