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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타버스, 반짝유행 안 되려면

입력
2021.08.20 18: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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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3D프린터 사물인터넷 열풍
정책도 자판기처럼 발표 후 시들
7년 투자 페이스북, 긴 호흡 관건

편집자주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은 메타버스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로 꼽힌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 은 메타버스를 가장 잘 표현한 영화로 꼽힌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제공

“3D(3차원) 프린터를 세계에서 가장 잘 쓰는 나라로 만들겠다.”

5년여 전 3D 프린터는 ‘21세기 도깨비 방망이’처럼 여겨졌다. 산업 지도는 물론 우리의 삶도 바꿔 놓을 것으로 전망됐다. 정부는 발 빠르게 ‘3D 프린팅 산업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이렇게 선언했다. 3D 프린팅이 창조경제와 일자리 창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심지어 2020년까지 3D 프린팅 창의 마스터 1,000만 명 교육이란 계획까지 내놨다. 세계적 선도 기업 5개, 독자 기술력 확보를 통한 세계시장 점유율 15% 달성이란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 3D 프린터는 정부의 주요 정책 과제에서 찾아보기도 힘들다.

10년 전엔 주변 사물들을 유무선 네트워크로 연결해 서로 정보를 주고받는 사물인터넷(IoTㆍInternet of Things)이 각광을 받았다. 전문가들은 정보의 수집과 활용이 ‘인간 대 사물’에서 ‘사물 대 사물’로 확장됐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때도 정부는 ‘7대 스마트 신산업’으로 IoT를 선정한 데 이어 ‘초연결 디지털 혁명의 선도국가 실현을 위한 사물인터넷 기본계획’(2014년)을 발표했다. 2020년까지 국내 시장을 30조 원 규모로 키우고 중소중견 수출기업 수는 350개, 고용은 3만 명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그러나 지금 그 목표엔 한참 못 미치고 있다. IoT에 대한 관심도 예전만큼 뜨겁지 않다.

IoT와 3D 프린터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그 당시의 열풍이 정책으로 연결되고 관련 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된 건 분명하다. 그러나 정부의 처음 약속과 다짐은 세월이 지나고 정권이 바뀌며 시들해졌다.

소프트웨어 인력 육성 정책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우리 경제의 미래는 고급 소프트웨어 인재를 키우는 데 있다는 고언을 20여 년 전부터 해 왔다. 그러나 여전히 현장에선 소프트웨어 인력이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소프트웨어 기술과 인력에 대한 제대로 된 보상이 미흡한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정권마다 단발성 정책이 추진되고, 질보다는 양과 숫자에 치우친 보여 주기식 정책을 편 결과도 한몫했다.

한때 이슈가 되면 몇 달 만에 ‘정책 자판기’처럼 뚝딱 지원책을 내 놓지만 유행이 바뀌고 관심이 식으면 그걸로 끝이다. 인력이 약하니 우리나라가 게임산업 강국이라 해도 게임을 만드는 기본 도구(엔진)는 모두 미국에 본사를 둔 기업이 장악하고 있다. 메타버스의 원조 격인 '아이러브스쿨'이나 '싸이월드'가 성장하지 못한 것도 아쉽다. '녹색성장‘에서 ‘창조경제’로 다시 ‘K뉴딜’로 정권의 구호에 따라 표지 제목만 바꿔 대동소이한 정책이 반복되는 사이 예산은 밑 빠진 독 물 붓기가 됐다. 언론도 정부 발표는 장밋빛으로 전했지만 사후 검증엔 소홀했다.

메타버스 열풍이 뜨겁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을 이을 ‘게임체임저’로 주목받고 있다. 대기업은 물론 금융권과 정치권까지 너도나도 올라타고 있다. 정부도 2025년까지 220조 원을 투입하겠다는 한국판 뉴딜 2.0 정책 사업에 메타버스 등 초연결 신산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옥석 가리기가 안 되면서 증시에선 주가가 출렁이고 있다. 현장에선 정부 정책이 이번에도 한때의 유행에 그치는 것 아니냐고 우려한다.

가상현실(VR) 헤드셋 기기인 ‘오큘러스 퀘스트2’를 출시해 메타버스 시대의 디바이스 경쟁에서 앞서 가고 있는 페이스북이 오큘러스를 20억 달러에 인수한 건 7년 전이다. MS와 애플도 10년 가까이 공을 들이고 있다. 긴 호흡의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 여부에 따라 메타버스는 신기루도, 신대륙도 될 수 있다.

박일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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