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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젠 대학 강의실 문을 열어야 한다

입력
2021.08.23 00:00
27면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출입구를 폐쇄한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본관건물. 홍인기 기자

지난해 3월 코로나19로 출입구를 폐쇄한 서울 이문동 한국외국어대 본관건물. 홍인기 기자


대학의 가을학기 개강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강의실 문은 여전히 닫혀 있다. 코로나 이후 지난 1년 반을 백신 수급에 따른 집단면역 효과로 곧 대면 강의가 시작되리라는 기대감으로 견뎌 왔다. 그러나 델타 변이로 인해 확진자 수가 늘어났고, 정부의 4단계 방역시책이 계속되고 있으니, 이번 학기에 강의실에서 학생들을 만나리라는 기대는 이미 소원하다.

가을학기도 이렇게 지나가면 대학이 대면 강의를 만 2년간 쉬는 셈이다. 부모 세대는 6·25전쟁 중에도 부산 임시 천막 대학에서 대학공동체의 맥을 이어 국민에게 희망을 줬는데 말이다. 코로나로 인한 반토막 대학 교육의 여파는 당장 다음 세대에게 주는 상실감 이외에도, 미래 국가 경제에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한 경제학자의 견해도 있다.

현재의 대학 온라인 강의 시스템으로도 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많다. 잘 준비하면 대면 강의 못지않게 질 좋은 강의도 할 수 있고 역동적인 토론과 협력 학습도 가능하다. 그러나 온라인 강의실이 결코 채워주지 못하는 것이 있다.

대학에서 경제학, 물리학 혹은 미디어학을 탐구하는 목적은 그 분야의 세부지식을 얻는 데에만 있지 않다. 대학의 경제학, 물리학, 미디어학 공부의 궁극적인 목적은 그 분야의 ‘문화’를 깊고 균형 있게 이해하는 것이다. 어떤 역사적 조건이 경제, 물리, 미디어 분야의 새로운 지식을 만들었으며, 그 결과로 인류 역사는 어느 방향으로 진보하는지에 대한 통찰력 있는 이해가 바로 문화의 문제다.

문화는 일방향적 전수의 대상이 아니고 공유의 대상이다. 온라인 강의로 지식 전달은 가능하지만, 문화의 공유는 쉽지 않다. 문화의 공유는 교과서 학습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호흡이 긴 대화와 깊은 체험을 통해서만 가능하다.

며칠 전 한 학부생과 나눈 대화가 생각난다. 캠퍼스 정경이 아직도 낯설지만, 눈에 띈 세미나와 동아리 활동 포스터에서조차 자신의 미래에 대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잠시 스쳐 지나간 선배의 말 한마디에서 지적 자극을 받았다고 한다. 도서관 장서의 묵직한 무게감에서 지식에 대한 경외감을 느꼈다고 한다. 온라인 강의에서 얻지 못하는 캠퍼스 문화와 지식의 문화가 바로 그것이다. 단편적 지식 전달은 온라인으로도 가능하고 향후 보완도 가능하다. 그러나 문화의 상실은 곧 미래에 대한 비전과 통찰력의 총체적 상실을 의미한다.

의학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집단면역은 비현실적이며, 이제 ‘코로나와 함께’ 현명하게 사는 방법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대세다. 그래서 정부 방역정책에도 대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변종 바이러스가 감염률은 높으나 치명률은 낮다는 연구 결과가 이러한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라 한다.

최근 독일의 한 연구 결과에 의하면, 잘 준비된 학교가 지역사회보다 코로나 감염으로부터 더 안전하다고 한다. 외국의 유수한 대학들은 가을학기 대면 강의를 이미 준비하고 있다. 우리 대학들도 구성원의 백신 접종과 정기적 간이 진단키트 검사를 의무화하고, 손 세정제와 마스크 사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해 전염병 청정 캠퍼스 선포를 준비했으면 한다. 그래서 늦어도 2022년 봄학기에는 반드시 강의실을 활짝 열고 학생들을 맞이하기를 기대한다.

전염병을 두려워하지 않고 ‘함께 사는’ 대학의 담대한 도전과 용기는 아카데미아의 문화 복원뿐 아니라, 우리 사회 다음 세대에 던지는 교훈으로서의 의미도 갖는다. 인류 역사는 스스로 역경을 극복하면서 진보한다는 교훈이 그것이다.



마동훈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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