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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기술패권 대결에서 생존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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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정치에서는 미중 패권경쟁이 화두다.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 5G 기술을 둘러싼 양국의 갈등이 초미의 관심사다. 미중 기술패권경쟁은 단지 기술만의 문제가 아니라 양국의 군사력과 안보, 경제력과 번영, 문화 이념 가치 영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쟁을 집약적으로 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미중 기술패권경쟁 담론은 두 가지 이슈로 압축된다. 첫째는 이 경쟁에서 누가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인지 여부. 둘째는 한국의 대응 전략에 관한 것이다. 기술 우위가 패권의 중요한 조건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중국이 기술패권 도전에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성공한다면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미국이 지속적으로 기술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핵심 포인트다.
역사적으로 볼 때 기술 우위는 패권의 조건이 아니라 패권의 결과였다. 미국은 남북전쟁 이후 급속한 산업화를 거쳐 세계 제조업의 중심이 되면서 1880년대 영국 GDP를 추월하였고, 1920년대에는 영국 1인당 GDP마저 넘어섰다. 이에 비해 1차 세계대전 발발 당시 미국 군사기술은 영국이나 독일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에디슨을 포함하여 당시 미국에서 가장 뛰어난 기계전문가들로 구성된 해군자문위원회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영국의 군사기술을 앞지르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1901년부터 시작된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영국, 독일이 내내 압도하다가 1940년 무렵이 되어서야 미국에서 수상자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였다. 미국은 일찌감치 영국과 독일의 경제력을 따라잡았지만 군사기술이나 기초과학에서 영국과 독일을 추월하기까지 더 많은 시간이 흘러야 했다. 요는 현재 미국의 압도적인 기술 우위가 미국 패권 지속의 보증 수표는 아니라는 것이다.
미중 기술패권경쟁을 현 시점의 기술 우위보다는, 양국 기술혁신체제의 진화 및 군사 경제 이념적 측면과 복합적 관계 속에서 보다 장기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기술의 관점에서 볼 때, 미중 기술패권경쟁에 대한 한국 대응 전략의 핵심은 미중 가운데 누구 편에 서야 하는지 차원을 넘어 우리가 어떤 기술을 지속적으로 세계시장에 내 놓을 수 있는지, 우리는 기술에 토대해 어떤 미래사회를 선택하고 만들어 갈 것인지의 문제로 귀착된다. 반도체 우위를 오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포스트 반도체를 무엇으로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지, 신기술의 가능성과 도전을 어떻게 구현해 갈 것인지 전략을 마련하고 실행해야 한다.
AI 생명공학 기술 발전이 미중 패권경쟁의 틀 안에서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가장 큰 문제는 이 기술들이 제기하는 문명 도전 측면에 대한 인식과 대응 모색이 뒷전으로 밀린 채, 상대를 이기는 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기술 발전의 좌표가 설정될 위험이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미중 기술경쟁의 최후 승자는 미국도 중국도 아닌 인간을 밀어낸 기술이 될 가능성이 높다. 킬러로봇이 국가안보를 담당하고, 생산을 인공지능 로봇이 주도하고, 다양한 유형의 인간과 기계의 이종적 결합이 등장하고, 메타버스 영역이 확장되면서 야기되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이를 조정해 가는 과정에서 국제협력과 규범이 필수적이다. 누가 세계 정치 패권국이 되는지 만큼이나 중요한 이 이슈들에 대해 미중 경쟁 시대에 한국을 위시한 중견국들이 힘을 모아 국제 공조를 이끌어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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