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내분 '일단' 봉합... 이준석 침묵했고 윤석열 못 웃었다

입력
2021.08.17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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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재원 최고위원에게 발언을 권하자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 뉴시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갈등이 파국 직전에 멈춰 섰다. 이 대표가 한 발 물러서면서다. 그러나 잠정 봉합이다. 두 사람은 서로를 향한 뿌리 깊은 불신을 확인했고, 언제든 다시 파열음을 낼 수 있다. '보수진영 헤게모니를 누가 차지하느냐'의 싸움이다 보니, 어느 한쪽도 양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대표와 윤 전 총장은 최근 당내 대선주자 정책토론회를 놓고 불을 뿜었다. '대선 레이스 흥행과 대선주자 경쟁력 검증을 위해 토론회를 빨리, 많이 해야 한다'는 이 대표와 '이 대표 목소리가 너무 크다'는 윤 전 총장이 맞붙었다. 결과는 이 대표의 일단 후퇴. 토론회 일정을 취소하고 형식도 바꾸기로 했지만, 사실상 '윤 전 총장이 승인하지 않는 토론회는 하지 않는다'는 사인으로 받아들여졌다.

패기 넘치던 이 대표의 리더십은 타격을 입었다. 윤 전 총장의 승리라고 볼 수도 없다. '토론을 주저하는 대선주자'라는 인상을 남겼기 때문이다.

이준석, 이례적 침묵… 18일 토론회 취소로 일단 봉합

국민의힘 최고위원회는 17일 "18일에 잡혀 있었던 대선주자 정책토론회를 취소하고, 25일 토론회는 상호 토론이 아닌 비전발표회로 갈음한다"고 결정했다. 18, 25일 토론회는 이 대표가 꾸린 당내 대선후보 경선준비위가 잡은 것이었다.

17일 최고위는 이 대표가 여름휴가에서 복귀해 처음 주재한 당 지도부 회의였다. 다변에 달변인 이 대표는 이날 이례적으로 침묵했다. 언론에 공개하는 회의 모두발언부터 생략했고, 회의가 끝나고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최고위 결정을 수용하지만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다만 이 대표의 침묵 덕분에 확전은 피했다.

이준석 "윤석열, 금방 정리된다" 발언도 논란

국민의힘엔 조만간 여진이 닥칠 가능성이 크다. 대선후보 경선을 주도할 선거관리위 구성이 2차 갈등의 씨앗이 될 수 있다.

이 대표는 경준위원장인 서병수 의원 등 자신과 뜻이 맞는 인사를 선관위원장에 인선하는 것에 무게를 싣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선관위 구성을 최고위가 주도하되, 이 대표 권한을 존중해 주는 모양새를 취하자는 의견이 오늘 최고위에서 나왔다"고 전했다. 그러나 서 위원장이 중립성을 상실했다고 보는 목소리도 상당해 이 대표 뜻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17일 이 대표의 또 다른 ‘윤 전 총장 저격’ 발언이 알려진 것도 변수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최근 이 대표가 전화통화를 하면서 '윤 전 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고 공개했다.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을 떨어뜨리려 한다'는 일각의 의심을 강화하는 내용이다.

이에 이날 최고위에선 "이 대표가 발언을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고, 이 대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토론 주저하는 대선주자?... 윤석열도 '상처'

윤 전 총장도 활짝 웃을 순 없는 상황이다. 토론을 회피하는 것이 공정과 상식인가”(홍준표 의원), “토론의 유불리를 따지는 것은 국민들 보기 창피한 일”(유승민 전 의원) 등 이미 아픈 비판을 받고 있는 터다.

윤 전 총장의 김병민 대변인은 “경선 버스가 본격적으로 출발하면 당내 토론에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라며 "상식이 통하는 나라를 위한 비전을 가감 없이 보여드리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윤 전 총장이 토론회에서 실제 '한 방'을 보여줄 때 까지는 '자질·준비 부족' 논란에 두고두고 시달리게 됐다.

김현빈 기자
박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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