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의 견제구 "'윤석열 금방 정리된다'는 이준석, 정권교체 의지 있나"

이준석에 쓴소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이준석, 원희룡에게 윤석열 금방 정리된다 했다 해"
김재원 "이준석 발언, 최고위서?반드시 짚을 것"
"심리적 경선 불복 가능성…경준위, 재검토를"
"국민의당과 합당 무산, 이준석 판단 패착 있었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예비후보와 만나 대선 주자들이 모이고 있는 것을 표현한 건전지 모양의 픽토그램 완충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뉴시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7일 이준석 대표가 최근 대선주자인 원희룡 전 제주지사와 통화하면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에게 이 문제를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성토했다.

이 대표와 원 전 지사의 통화 내용이 사실일 경우, 경선준비위원회의 활동에 공정성이 의심되는 만큼, 대선 경선 일정을 원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은 17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신문 보도를 보고 원 전 지사와 통화를 해 확인했더니 (이 대표가 했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가 16일 서울 노원구에서 30대 자영업자를 만나 대화하고 있다. 원희룡 캠프 제공

그는 이어 "원 전 지사가 '이 대표는 자동 녹음되는 전화기를 사용하니까 녹음 파일이 있을 것 아니냐'라고 말할 정도로 확인해줬다"며 "다른 경쟁 후보인 원 전 지사에게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금방 정리된다'고 말한 것은 믿기 어려운 얘기"라고 지적했다.

원 전 지사는 이날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최근 이 대표와 대화하면서 이 같은 발언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이 대표는) 결국 조련사 역할을 했다고, 주인공이 되려고 하는 것"이라며 이 대표를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원 전 지사의 인터뷰 내용을 다시 한번 확인한 것. 이 대표가 대선 경선 관리를 공정하게 하지 않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큰 파문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이준석, 윤석열에게 경쟁의식 느끼는 것 같다"

이준석(왼쪽) 국민의힘 대표와 김재원 최고위원이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뉴시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기자에게 '토론회 두 번이면 (윤 전 총장은) 끝장난다'고 한 채널A 보도 내용도 언급하며 "당대표가 특정 후보, 더욱이 지지율 1위 후보를 공개적으로 공격을 하다 못해 정리된다, 끝장낸다고 얘기하는 건 믿기 어렵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가 경선의 공정성을 해치고 있고, 경선 불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일갈했다. 그는 "저는 사실 계속 경준위의 월권행위, 대선 후보들의 경선 공정성을 침해하는 여러 언동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후보를 선출해도 우리 당의 지지자들이 완벽하게 일치단결해 그 선출된 후보를 지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심리적 경선 불복이 생긴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 등을 통해 이 대표의 발언을 짚고 넘어가겠다고 했다. 그는 "최고위원회의에서 문제 제기를 할 것이다. 어떻게 처리할지 물어봐야겠다"며 "(사실일 경우) 경선 관리는 오해받을 소지가 다분하니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는 게 맞다. 경준위 전체 내용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윤 전 총장 간 갈등이 심해지는 데 대해 "(이 대표가 윤 전 총장에게) 일종의 경쟁의식을 느끼는 것 같다"며 "우리 당 지지자들이 볼 때 (이 대표가) 정권교체 의지가 있나 의구심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있다"고 쏘아붙였다.

"합당, 이준석이 워낙 자신있게 말해 믿었는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의힘과의 합당 결렬 선언을 하고 있다. 뉴스1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당과의 합당이 무산된 것도 이 대표에게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우리 당이 합당에 적극적으로 나섰어야 하는데 그 부분에서도 상당한 패착이 있었다"며 "이 대표가 직접 협상하겠다고 워낙 자신 있게 이야기를 하길래 맡겨 놓고 있었는데 계속 공격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 대표가) 일주일 정도 공격하고 소강상태로 가면 저쪽에서 곧바로 협상이 들어올 것이라고 저희한테 계속 이야기했다"며 "그걸 믿고 있었는데 협상 결렬 선언을 하며 우리 생각과 반대로 갔다. 이 대표의 판단 잘못이 있었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 최고위원은 또 "협상이 결렬됐는데 당 대변인이 국민의당을 비난했다"며 "같이 가야 하는데 공격하고 비난하는지 상당한 의구심이 들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합당 협상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를 자극하고 공격한 건 상당한 패착이었다"고 강조했다.

류호 기자 ho@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