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도, 중개사도 싫다는 '수수료 개편안'...정부만 "이달 확정"

입력
2021.08.17 18:3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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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중개수수료 개편안 검토 토론회
소비자 "취약계층 요율 그대로...체감 수준 아냐"
중개사 "생계 달린 일...지역별 편차 고려 안 돼"

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이 중개보수 인하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한 17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 앞에서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회원이 중개보수 인하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뉴시스

정부가 부동산 중개보수(중개수수료) 개편을 위해 17일 마련한 토론회에서 이해당사자들 간 첨예한 갈등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세 가지 개편안이 소비자와 공인중개사, 전문가 모두로부터 "미흡하다"는 평가를 받아 정부가 추진하는 이달 중 최종안 확정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국토부는 이날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한 국민의 중개수수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수수료 개편안을 이달 중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인중개사와 소비자들은 국토부 개편안에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토론회에 2,500명이 넘는 시청자가 몰렸는데, 채팅창은 국토부 개편안의 맹점을 비판하는 성토의 장이 됐다.

토론회의 핵심은 국토부가 전날 발표한 중개수수료 개편안에 대한 종합검토였다. 국토부는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 중 국민 선호도가 높았던 2안을 토대로 실태조사 등을 통해 세 가지 구체적인 개편안을 제시했다. 세 개편안 모두 중개보수 최고 요율을 현행 0.9%에서 0.7%로 인하하고, 고가주택 기준을 높이되 구간에 따라 세부요율에는 차이가 있다.

이 중 국토부는 절충안인 2안을 최종 개편안으로 밀고 있다. 2안은 5,000만 원 미만 0.6%, 5,000만~2억 원 미만 0.5%, 2억~6억 원 미만 0.4%, 9억~12억 원 미만 0.5%, 12억~15억 원 미만 0.6%, 15억 원 이상 0.7%로 9억 원 이상 상한 요율을 세분화했다.

토론회에서 공인중개사들은 집값은 정부가 올려놓고, 정작 그 책임을 중개사들에게 돌린다고 반발했다. 윤상화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중개보수는 수십만 명의 공인중개사 생계가 달린 일인데, 단 두 시간의 형식적인 토론회로 끝나는 것이 안타깝다"며 "집값이 폭등한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0.4%였던 수수료를 0.3%로 줄이면 중개사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다"고 호소했다. 중개수수료율 조정은 지역별 편차 등을 함께 고려해 결정할 문제라는 의미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매매와 임대수수료 '역전 현상'이 해결돼도 수수료 인하가 체감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는 데 분노했다. 특히 부동산 취약계층이 주로 거래하는 5,000만 원에서 2억 원 사이 중개보수 상한 요율은 0.5~0.6%로 현행과 동일하다. 2억~6억 원 구간의 상한도 지금의 0.4%와 똑같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2억 원 미만은 매매 건수도 많고 취약계층이라 수수료 인하가 가장 필요한데도 수수료는 그대로"라고 비판했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도 "수수료 부담이 경감됐다고 소비자들이 체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요율 구간도 세분화돼 시장의 혼란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공인중개사와 소비자 모두 원했던 '고정 요율'이 개편안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양측의 공분을 샀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부 개편안은) 거래금액에 따라 수수료 요율이 바뀌는 문제를 답습하고 있다"며 "현장에서 가장 큰 분쟁의 원인인 상한 요율을 유지하려면 적어도 분쟁 발생 시 이를 중재하고 조정하는 기구가 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고정 요율을 적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김형석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시장 논리인 가격 경쟁을 제한할 수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토론회에서 나온 의견들을 반영해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 지자체 조례 개정 등 후속 작업에 착수할 계획이다. 이미 세 가지 안 중 하나를 최종안으로 확정하겠다고 한 만큼 세부 내용에 큰 변동은 없을 전망이다. 다만 예상보다 반발이 커 시행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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