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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의 도지사 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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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이재명 경기지사는 취임 초 저조한 직무수행 지지율에 시달렸다. 가족·여배우 스캔들에다 허위사실 공표 등의 혐의로 재판에 회부된 점이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7월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판결을 받으면서 악몽을 떨쳤지만 지지율은 그보다 앞서 치솟았다. 전체 도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는 등 코로나 초기에 적극 대응하면서 취임 초 40%대 초반이던 직무수행 지지율은 지난해 상반기부터 70%대로 급등했다. 코로나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은 셈이다.
□ 지지율 정체에 빠진 이 지사가 또다시 승부수를 꺼냈다. 국민 88%에 한해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는 여야정 합의에도 불구하고 경기도에서는 모든 도민에게 25만 원씩 지급하겠다는 ‘보편 지원’ 카드다.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비판론에는 “보편복지는 민주당 강령과 지향에도 부합한다”면서 지방분권 원칙에 따른 재량권 행사라고 맞섰다. 다른 광역시도와의 형평성 논란은 “필요하면 거기서도 하면 된다”고 일축했다. 이 지사다운 돌파력이다.
□ 민주당 대선 경쟁 주자들은 현직을 활용하는 ‘도지사 찬스’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 지사를 맹추격하는 이낙연 예비후보는 ‘포퓰리즘’ ‘독불장군식 매표정치’ ‘필리핀의 두테르테’ 등의 표현까지 써 가며 매섭게 공격했다. 이상민 민주당 경선관리위원장이 “(지사직을) 사퇴했으면 좋겠다”며 완곡한 어법으로 경쟁 주자들의 대변인을 자처했지만 이 지사는 요지부동이다. 대선 90일 이전 공직 유지가 불법은 아니라서 경쟁 주자들은 지사직 사퇴를 요구도 못 하고 그저 애만 태우고 있다.
□ 이 지사의 승부수는 탄탄한 논리만큼이나 다분히 선동적이다. 코로나19가 심각해지면서 더욱 엄격한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있는 마당에 소비진작 차원의 보편적 재난지원금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문제는 승부수가 통할 기미가 보인다는 것이다. 수도권 지역 민주당 중진 의원은 “다른 시도에서는 ‘우리는 왜 다 안 주나’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고 했다. 선심성 정책에 대한 지지가 경기도를 넘어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개연성을 감안하면 이 지사 카드는 포퓰리즘보다는 ‘표퓰리즘’에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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