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재하청에 6분의 1로 줄어든 공사비...광주 붕괴 참사는 인재

입력
2021.08.09 10:15
수정
2021.08.09 10:33
구독

정부 붕괴 참사 공식 조사 결과 발표
무리한 해체방식 및 과도한 성토작업 등도 원인

지난 6월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건너편 도로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광주=연합뉴스

지난 6월 13일 오전 광주 동구 학동 재개발 구역 철거 건물 붕괴 사고 현장 건너편 도로에 피해자를 추모하는 꽃다발과 손편지가 놓여있다. 광주=연합뉴스

17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건물 붕괴 참사는 무리한 해체방식과 공사 관계자들의 안전주의 의무 위반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정부 조사에서 공식 확인됐다. 불법 재하도급 관행으로 철거 공사비가 6분의 1 수준으로 삭감돼 애초부터 안전 관리에는 구멍이 뚫려 있었다.

국토교통부 중앙건축물사고조사위원회(사조위)는 9일 광주 재개발 현장 붕괴 사고에 대한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토부는 건축구조·시공·법률 등 분야별 전문가 10명으로 구성된 사조위를 구성해 60일간 현장검증, 관계자 청문 및 재료강도시험, 붕괴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사고경위 및 원인 조사를 실시했다.

사조위에 따르면 붕괴 참사의 1차 원인은 계획과 다른 무리한 해체방식에 있었다. 철거업체는 건물 내부의 바닥 절반을 철거한 뒤 3층 높이(10m 이상)의 성토작업을 해 1층 바닥판이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파괴된 것으로 조사됐다. 제출한 해체계획서와 달리 상부에서 하부가 아닌, 하부에서 상부로 해체하는 등 순서를 준수하지 않고 과도한 높이로 흙을 쌓은 것이었다.

이후 무너져 내린 토사가 지하층으로 급격히 유입되면서 그 충격과 하중이 건물 전면부에 그대로 가해졌고, 기둥과 벽이 파괴되며 도로 방향으로 건물 전체가 붕괴됐다. 사조위는 이 과정에서 지속된 살수 작업과 지하층 토사 되메우기(파낸 부분의 흙을 다시 메우는 작업) 부족 등 성토작업에 필요한 안전검토 미비 및 그 외 기준 위반이 여러 건 있었다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해체계획서의 부실 작성 및 승인, 공사현장 안전관리 및 감리업무 미비와 불법 재하도급 계약에 따른 저가공사 등도 참사의 원인으로 조사됐다. 해체계획서 작성·검토·승인 과정에는 공사 관계자의 '형식적 이행' 또는 '미이행'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불법 재하도급 관행으로 공사비가 당초의 16% 수준까지 쪼그라들어 공사 중 안전관리 미비의 원인이 된 것으로 드러났다.

사조위는 재발방지를 위해 △해체계획서 표준매뉴얼 및 전문가 참여 제도 마련 △설계자·시공자 등을 비롯한 공사관계자 책임 강화 △불법 하도급 근절 및 처벌 규정 강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김흥진 국토부 국토도시실장은 "조사 결과 등을 토대로 마련한 '해체공사 안전강화방안'을 내일 당정협의를 거쳐 발표할 예정"이라며 "빠른 시일 내에 관련 제도를 제·개정해 유사한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승엽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