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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지난해 말 유엔개발계획(UNDP)이 50개국 120만 명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여론조사를 실시한 적이 있었다. 표본 규모가 상당한 데다 앞으로 기후변화의 더 큰 피해자가 될 18세 이하 인구를 40% 이상이나 포함한 이 조사에서 ‘기후변화는 글로벌 비상사태’라고 답한 사람이 64%였다. 비상사태로 인식하는 이들 중에서 ‘필요한 모든 조치를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 역시 59%나 됐다. 절반이 넘는 응답자들이 재생에너지 사용, 삼림 보호와 토지 복원, 기후친화적 농업, 녹색 경제와 일자리 투자를 기후변화를 막기 위한 우선 대책으로 꼽았다.
기후변화는 이제 더 이상 시민단체 운동가의 전유물도, 어쩌다 뉴스로 소비되는 일회성 이슈도 아님을 이 조사가 잘 보여준다. 지구온난화로 오랜 날씨의 문법이 하나둘 깨지며 해마다, 철마다 피해를 겪거나 본 많은 사람들이 너도나도 자신의 삶의 문제로 기후변화의 위기를 실감하고 있다. 이런 대중의 문제의식을 정치지도자가 민감하게 여기고 정책으로 반영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미국의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해 말 대선에서 앞세운 1호 공약은 파리기후협약 복귀였다. 미국 우선주의를 외치며 국제협력에 등돌렸던 전임 대통령의 정책이 너무 엉뚱했기에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상징적인 제스처이기만 한 것이 아니다. 바이든은 지난 4월 40개국이 참석한 기후정상회의를 이끌었다.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 50% 감축을 약속했다. 기존 계획의 2배 수준이다.
유럽연합(EU)은 2030년까지 55%, 영국의 경우는 68%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EU는 10년 안에 재생에너지 비율을 65%로 끌어올리고 내연기관차 판매를 금지하는 계획도 발표했다. 탄소세를 매기겠다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은 에너지 전환에 앞서가는 역내 기업을 보호하려는 목적이 크지만 EU 못지않게 기후변화 대응에 나서라는 주문에 다름 아니다.
올해 기후변화 대책 마련을 위한 정상회의가 줄 잇는 것도 비상 상황을 실감케 한다. 지난 1월 네덜란드 주최 기후적응정상회의를 시작으로 4월 기후정상회의, 5월 서울에서 열린 P4G 회의 등 정상들이 한 달 건너 한 번꼴로 머리 맞대고 기후변화를 논의했다. 7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이어 10월 주요 20개국(G20)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루어질 것이다. 11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지구 평균기온 상승을 1.5도 이내로 낮추기 위해 각국이 탄소감축 목표를 얼마나 적극적으로 약속할지도 주목된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지구온난화에 세계 각국이 공동으로 대처해야 하지만 책임의 무게는 다르다는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오랫동안 탄소를 배출해온 선진국과 개도국이 똑같이 책임지는 것은 당연히 불공정하다. 하지만 이 원칙은 선진국이 더 모범적인 탄소 감축에 나서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야지 개도국이 예외를 인정받아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해서는 곤란하다. 세계 탄소배출량의 4분의 1을 넘는 중국이 2030년까지는 탄소 배출을 늘리겠다고 고집하는 것이 무책임하게 비치는 이유다.
“기후 악당” 소리를 듣는 우리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국력이 G7 언저리에 다가섰다고 자만할 일이 아니다. 더 이상 머뭇거려서는 변화의 뒤만 쫓아가는 신세가 된다. 산업 경쟁력이나 외교 차원에서 마이너스는 물론이고 더 이상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짐을 미래 세대에 떠넘기는 중대한 과오를 범하는 것이다. 대선 레이스가 시작됐지만 안타깝게도 정작 이런 중차대한 이슈는 토론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삐져나오는 말실수나 볼썽사나운 네거티브 공방보다 이런 무관심이 더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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