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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도 비상 걸린 선두 주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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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5년 전 미국 대선처럼 예측을 빗나간 선거도 드물다. 여론조사에서는 투표 당일까지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상했으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깜짝 놀란 언론과 여론조사업계가 지목한 힐러리의 패인은 지지율이 아닌 비호감도. ‘이메일 스캔들’을 비롯한 각종 악재가 터지면서 힐러리는 ‘정직하지 않고 부패하다’는 부정적 이미지와 비호감도가 점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부터 호감-비호감도에 대한 주목도가 높아졌고 4년 뒤 대선에서는 비호감도가 낮은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 예측이 그대로 적중했다.
내년 3월 대선을 앞둔 여의도 정가에서도 지지율과 함께 호감-비호감도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지율로는 여야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와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5% 수준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지만 호감-비호감도는 뚜렷한 차이가 난다. 조사기관 편차와 상관없이 어떤 조사에서도 호감도는 이 지사가, 비호감도는 윤 전 총장이 1등이다. 윤 전 총장에 대한 비호감도가 이 지사의 두 배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윤석열 캠프에선 최근 예비후보의 잇단 실책으로 비호감도가 더 높아지지 않을까 노심초사다. 저출생을 페미니즘에 연계시키는가 하면 부정식품, 주 120시간 노동, 부마항쟁 등 부적절한 발언이 속출하면서 ‘1일1구설’이 회자될 정도다. 자신감을 넘어 거만한 태도로 보이는 ‘쩍벌 다리’ 습관도 비호감을 부추기는 요소다.
국민의힘 입당 이후 지지율도 주춤하는 상황이다. 지지율 정체와 높은 비호감도의 이중고에 시달리는 와중에 대안 주자까지 급부상하자 캠프는 더욱 초조할 수밖에 없다. 윤 전 총장을 향한 높은 비호감도에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 수사에 대한 강경 보수층의 반감까지 포함된 점을 감안하면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지지율 10%를 돌파하는 순간 야권 판도는 안갯속이 될 수도 있다.
여당 선두주자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전체적으로 호감도가 높은 편이지만 고민은 다른 데 있다. 민주당 주류인 친문에서 이 지사를 비호감으로 보기 때문이다. 친문 주축인 민주주의 4.0 소속 현역 의원들이 이재명, 이낙연, 정세균 캠프로 뿔뿔이 흩어진 가운데 어느 캠프에도 몸담지 않는 의원이 적지 않다. 2018년 경기지사 경선에서 이 지사와 갈등을 겪었던 민주주의 4.0 핵심 인사들은 한때 제3후보론을 주장하며 이 지사를 견제하기도 했다.
이 지사가 최근 법사위원장 배분이나 재난지원금 정책에 반발하는 행보로 친문 주류에 러브콜을 보내고 있으나 친문이 마음의 문을 열지는 불투명하다. 이 지사 지지율이 박스권에 갇힌 뒤 이낙연 전 대표가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어대명(어차피 대선후보는 이재명)’도 흔들리고 있다. 이 지사가 대선후보가 되면 이낙연 지지자 30% 이상이 윤석열을 찍겠다는 여론조사 결과에 민주당 원팀도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호감-비호감 기준만 놓고 보면 이 지사가 윤 전 총장에 비해 유리하게 보인다. 하지만 비호감도에서 남녀 차이가 없는 윤 전 총장과 달리 상대적으로 여성 비호감도가 높은 점은 불안한 대목이다. 형수 욕설 파일과 여배우 스캔들, 음주운전 경력 등의 신상 문제가 부각되면 언제든 비호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호감-비호감 수치는 어디까지나 지지율과 함께 선거 판세 및 흐름을 짚어볼 수 있는 보조지표에 불과하다. 호감도 하나가 후보자와 당선자를 결정할 정도로 대선 판도가 단순하지도 않다. 다만 내년 3월 대선이 5년 전 미국 대선처럼 역대급 비호감 후보들의 난타전으로 흘러서는 안 된다. 비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도널드 트럼프를 선택한 미국이 얼마나 혹독한 대가를 치렀는지는 전 세계가 생생히 목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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