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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가 마리화나 대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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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3월 미국 캘리포니아 반문화 주간지 '버클리 밥(Berkerley Barb)'에 충격적인 기사가 실렸다. 바나나의 하얀 속껍질을 긁어 모아 끓인 뒤 농축하면 마리화나와 같은 환각물질 '바나나다인(bananadine)'을 얻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는 코카인이나 LSD와 달리 특별한 화학 공정 없이 사용되는 담배처럼 식물일 뿐인 마리화나를 어떻게 단속하겠다는 거냐며, 마약단속국(DEA)은 이제 바나나도, 바나나 판매상도 함께 단속할 참이냐고 반문했다. 기사는 '바나나다인' 농축 가공 레시피도 함께 소개했다.
스코틀랜드 출신 싱어송라이터 도노반의 신곡 'Mellow Yellow'가 '빌보드 핫100' 2위에 오르며 선풍적 인기를 끌던 때였다. 노랫말에서 "당신에게 폭발적인 흥분을 선사할 것"이라고 한 "부드러운 노란색 전기 바나나(so mellow yellow electric banana)"가 곧 바나나다인을 의미한다는 풍문이 함께 번져나갔다. 급기야 뉴욕타임스매거진이 8월 6일 자 기사 'Cool Talk About Hot Drugs'에서 저 일련의 사태를 보도했고, 그해 말 뉴욕대 연구팀은 '바나나다인'의 향정신성 여부를 확인하는 통제실험까지 벌였다. 물론 약물 성분은 검출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만일 환각효과가 있었다면 아마 (위약효과 같은) 심리적 영향일 것"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동요는 가라앉지 않았다. 무기나 통신해킹 장비, 불법 약물 제조법 등을 소개한 '윌리엄 파월(William Powell)의 1970년 책 '아나키스트 요리책(The Anarchist Cookbook)'에도 바나나다인 레시피는 버젓이 수록됐다.
마리화나에 대해 미 연방정부는 20세기 전까지 권장 기조였다가 1910년대 과세정책으로 억제하기 시작했고, 2차 세계대전 중 다시 대마 재배를 권장하는 등 모순적이고 일관성 없는 입장을 보였다. 전쟁 기간 늘어난 대마로 1960년대의 히피들이 한바탕 파티를 벌이던 시절이었고, 정부가 다시 규제에 나서려던 때였다. '바나나다인'이란 그 움직임에 화가 난 버클리 밥이 벌인 '장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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