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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일기'의 진실과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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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저 케이스먼트(Roger D. Casement, 1864.9.1~1916.8.3)는 '야만의 식민지'에서 유럽 제국주의 국가들이 저지른 진짜 야만을 폭로한 19세기 아일랜드 출신 영국 외교관이다. 잉글랜드 정부는 그를 반역(아일랜드 독립운동) 혐의로 사형을 선고했고, 그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폭로해 구명 여론을 잠재웠다.
독립 전 아일랜드 지배층이던 프로테스탄트 가문에서 태어난 그는 영국 정부의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가톨릭계 아일랜드 민족주의자들의 독립 요구에 동조하는 분열적 삶을 살았다. 그를 아일랜드 공화파로 완전히 돌아서게 한 것은 당시 아프리카 콩고에서 자행된 백인 제국주의자들의 야만이었다. 영국 정부 조사관으로서 그는 백인 자본의 착취와 학대에 현지인들이 겪던 비참을 "성서에 기록된 수난사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끔찍하고도 심장을 찢는 사례들"을 통해 폭로했다. 당시 벨기에 레오폴트2세 국왕의 개인 소유였던 콩고 식민지는 그의 1905년 '케이스먼트 보고서' 이후 정부 식민지로 전환됐지만 사정은 개선되지 않았고, 그는 조국 아일랜드의 다수 가톨릭계 주민들이 겪던 차별과 억압을 거기서 보았다.
1905년 보고서 등 공로로 영국 왕실의 기사 작위를 받았지만, 그는 1912년 공직에서 물러나 아일랜드 독립운동에 투신했고, 1916년 부활절 봉기를 앞두고 독일로부터 무기를 들여오려다 발각돼 사형을 선고받았다.
당대 지식인들은 대중적 구명운동을 전개했다. 하지만 그의 '검은 일기', 즉 그가 외교관 시절 부임지에서 벌인 동성애 행위를 적나라하게 기록한 비밀 일기가 공개되면서 여론은 급격히 식었다. 일기 조작설은 그의 사후 끊임없이 제기됐고, 2002년 아일랜드 정부 후원으로 진행된 런던 골드스미스대 문학사팀 법의학 조사를 통해 비로소 진본으로 확인됐다.
보수 가톨릭 국가 아일랜드의 2015년 동성혼 법제화 등 긍정적 변화에는 그에 대한 국민적 부채의식도 작용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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