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 버티기? 5점 먼저 내기?... 에페 vs 사브르, 경기 규칙 다른 걸까?

입력
2021.07.28 17:38
수정
2021.07.28 17:51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대한민국 대 에스토니아 결승전에서 한국 강영미(오른쪽)와 에스토니아의 카트리나 레히스의 검이 엇갈리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여자 에페 단체 대한민국 대 에스토니아 결승전에서 한국 강영미(오른쪽)와 에스토니아의 카트리나 레히스의 검이 엇갈리며 경합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2020 도쿄올림픽 펜싱 단체전에서 한국 선수들의 분전이 눈부시다. 그런데 에페와 사브르 단체전의 경기 진행 방식이 달라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가장 큰 차이는 에페 단체전을 할 때 중계화면에서 보이던 3분의 타이머가 사브르에선 안 보인다는 것. 여자 에페에서는 한 선수가 1피리어드 동안 주어진 3분을 충분히 사용해 한 경기당 순수 경기 시간은 27분이었다. 승리팀 점수도 23~44점까지 다양했다. 하지만 남자 사브르에서는 한 선수가 1~2분 만에 5점을 먼저 득점한 뒤 다음 선수에게 피스트(경기대)를 넘기면서 순수 경기 시간은 20분 내외에 불과했고, 승리팀의 점수는 모두 45점이었다.

그렇다면 에페와 사브르 단체전은 경기 규칙이 다른 걸까? 결론부터 말하면, “규칙은 같다. 다만 종목 특성상 다르게 보이는 것뿐”이다.

펜싱에서 1피리어드는 3분 동안 진행되지만, 어느 한 팀의 총 점수가 ‘피리어드 곱하기 5점’이 되면 3분이 안 됐어도 피리어드가 끝난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3피리어드에선 △피리어드 시작 후 3분이 지나면 끝나지만 △양 팀 어느 쪽이든 총점 15점(3X5)을 먼저 만들어도 다음 선수에게 피스트(경기대)를 넘겨야 한다.

문제는 에페는 타격 지점이 몸 전체인데다 꾸드블(동시타)이 인정되고, 사브르는 ‘우선권’(누가 먼저 공격하느냐)이 득점과 직결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에페 선수들은 공격할 때 신중하게 움직인다. 먼저 공격하면 그만큼 약점도 많이 드러나는 데다 좋은 공격을 하더라도 꾸드블이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사브르는 우선권을 얻은 후 상대를 타격해야 득점이 인정되기 때문에 빠른 공격이 오가며, 3분이 흐르기 전에 5점 승부가 난다.

그러므로 에페 단체전에서는 경기 시간 27분(3분X9피리어드)이 다 흐른 뒤 점수가 높은 팀이 승리하고, 사브르 단체전에서는 경기 시간에 상관없이 한 선수당 5점씩 45점을 먼저 따낸 팀이 승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대한펜싱협회 관계자는 “이론상 에페도 27분 전에 끝날 수 있고, 사브르도 45점 이전에 경기가 마무리될 수 있지만, 국제 대회에서 이런 장면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남자 사브르 단체 4강전이 진행된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구본길(오른쪽)이 상대 선수와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남자 사브르 단체 4강전이 진행된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 B홀에서 구본길(오른쪽)이 상대 선수와 격렬하게 맞부딪히고 있다. 지바=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밖에 세부 종목을 막론하고 펜싱 단체전에선 4명이 출전해 3명이 경기에 나선다. 경기 도중 한 차례 후보 선수와 교체할 수 있는데, 한 번 교체하면 해당 경기가 끝날 때까지 재교체할 수 없다. 또 선수 3명이 3피리어드씩 9피리어드를 진행하며, 같은 선수와 두 번 마주치는 일 없이 골고루 한 명씩 격돌한다.

공격 방식은 각각 다르다. 에페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찌르기만 하면 득점이 인정된다. 꾸드블(동시타)이 나오면 두 선수 모두 득점한다. 반면, 사브르는 우선권을 인정받은 선수가 상체를 공격했을 때만 득점한다. 다만 찌르기뿐만 아니라 베기를 해도 점수가 올라간다. 그러므로 에페보다 득점 속도가 훨씬 빠르고 다소 과격하기까지 하다.

검의 길이와 무게도 다르다. 에페는 검 길이 110㎝에 무게도 최대 770g으로 다소 크고 무겁다. 하지만 사브르 검은 조금 짧은 105㎝에 무게도 500g을 넘지 못한다. 플뢰레는 길이 110㎝에 최대 무게 500g이다.

강주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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