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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아물지 않은 전쟁의 상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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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프랑스와 2차 세계대전의 일본, 베트남전쟁의 미국과, 통일 후 중국과의 제3차 인도차이나 전쟁까지 모두 승리한 불패의 국가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하지만 승리의 역사가 국민의 자긍심을 북돋울 수는 있지만, 1860년대 프랑스 피식민 이래 1979년 중국과의 전쟁, 이후 캄보디아 라오스 태국 등 인근 국가와의 분쟁까지 100년 넘게 이어진 전쟁의 상처까지 치유해주진 못한다. 1975년 사이공 함락까지 약 20년의 베트남전쟁에서만 군인과 민간인 최대 190만 명이 숨졌고, 일부는 지금 통일국가의 시민으로 함께 살고 있는 이들에 의해 희생됐다.
호찌민은 1946년 12월 프랑스와의 독립전쟁을 선포하고, 이듬해 2월 부상·전사자 가족 연금 등을 골자로 한 포고령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듬해 베트민 각 단위기관 연석회의에서 7월 27일을 '민족전쟁의 날'로 선포했다. 전쟁 부상자와 전사자를 애도하는 의미였지만, 전시여서 공휴일일 수는 없었고 전쟁은 그 뒤로도 지속됐다. 승전 이후 베트남은 사이공을 함락한 4월 30일을 베트남 재통일을 자축하는 최대 국경일로 선포했다.
베트남 노동부가 '민족전쟁의 날'을 '상이 전몰 장병의 날(War Invalids and Martyrs Day)'로 고쳐 국가공휴일로 지정하자는 제안을 한 건 2018년이었다. 노동계 등 시민 대다수는 그 안을 환영했다. 연중 국경일도 인근 국가(캄보디아 28일, 브루나이 15일, 인도네시아 16일, 미얀마 14일)에 비해 턱없이 적은 11일에 불과했고, 그중 신정과 구정 연휴가 6일이나 됐고, 5월 1일 노동절과 호찌민의 1945년 베트민 창건일인 9월 2일 사이에 단 하루도 쉴 수 있는 국경일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민 상당수가 반대했다. 아직 전쟁의 상처가 아물지 않았는데, 굳이 기념일로 아픔을 환기할 필요가 있느냐는 게 주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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