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3 미시시피 대홍수의 유일한 '범인'

입력
2021.07.16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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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6 제임스 스코트

1993년 7월 미주리강 인근 제퍼슨시티 항공사진. 미주리주 고속도로교통국 사진

1993년 7월 미주리강 인근 제퍼슨시티 항공사진. 미주리주 고속도로교통국 사진

미국 미시시피강은 캐나다 국경 미네소타주 북부에서 발원해 10개 주와 대평원을 종단하며 멕시코만으로 흘러드는 거대한 강으로, 미국에서 가장 긴 미주리강 등 20여 개 지류를 거느리고 있다. 미주리주 한니발에서 그 강을 끼고 성장한 마크 트웨인은 미시시피를 무대로 톰 소여와 허클베리 핀의 모험 이야기를 썼다. 1883년 회고록 '미시시피에서의 삶(LIfe on the Mississippi)'에서 그는 미시시피를 이렇게 묘사했다.

"미시시피강을 아는 이라면 누구나- 목청 높이는 일도 없이- 혼잣말처럼 조용히 인정할 것이다. 1만여 개의 수계위원회를 만들고 폭약으로 강을 통제하려 한들 무법의 물길은 길들일 수도, 다른 길로 유인할 수도, 굴복시킬 수도 없다는 사실을. 일단 강이 결심하면 누구도 강 기슭을 구할 수 없고, 파괴의 경로를 차단할 수 없다는 것을. 물은 조롱하며 춤추듯 나아갈 것임을."

1993년 그 강이 그렇게 범람했다. 4월부터 평년보다 400~750% 넘게 퍼부은 폭우로 강과 지류 제방 1,100여 개가 무너졌고, 32명이 숨졌고, 83만㎢가 잠겨 수많은 이들이 이재민이 됐다. 재산 피해액만 당시 기준 150억 달러(2021년 기준 270억 달러)에 달했다.

미주리주 웨스트 퀸시(West Quincy)의 제임스 스코트(James Scott)는 '1993 대홍수'의 책임을 지고 구속된 유일한 미국인이다. 자잘한 경범죄와 두 건의 방화 전과가 있던 그는 홍수 당시에도 가석방 상태였다. 7월 16일 제방이 무너지며 그의 마을도 물에 잠겼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다. 그는 지인들에게 "내가 둑을 무너뜨렸다"며 "성가신 아내의 등쌀을 피하기 위해서였다"고 떠벌렸다고 한다. 그는 둑 붕괴 혐의로 기소됐다.

조사·재판 과정에서 그는 "허풍이었다"고 주장했고 정황 증거 외엔 아무런 증거나 증인도 없었으며, 한 사람의 개인이 허물 수 있는 제방이 아니라는 전문가 증언도 있었다. 그럼에도 그는 최소 10년 최대 종신형을 선고받고 아직 수감 중이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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