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안철수·김종인과 '미묘한 거리'… 윤석열식 밀당

입력
2021.07.0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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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났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오른쪽) 전 검찰총장이 7일 서울의 한 중식당에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났다. 오대근 기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야권 통합을 위한 ‘반문(반문재인) 빅텐트’ 깃발을 들어올렸다. 7일 ‘중도의 아이콘’이자 야권의 대권 경쟁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만나면서다. 다만 “확실한 정권교체를 위해선 야권 통합이 우선”이라며 국민의힘 입당과는 여전히 거리를 뒀다.

대권 승리를 향한 야권의 통합 방정식은 복잡하다. 먼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제1야당 중심으로 판을 짜야 한다. 또 10년 가까이 제3지대를 지켜온 안 대표는 국민의힘에 흡수되면 존재감이 사라질 우려가 크다. ‘킹 메이커’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도 결국 누가 됐든 야권 대표주자 전략을 이끌 가능성이 높다.

윤 전 총장 입장에선 세 사람 모두를 우군으로 만드는 게 숙제다. 야권 통합의 ‘중심축’으로 탄탄한 입지를 다져야 더불어민주당에 맞선 최종 후보로 낙점됐을 때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다.

安 만난 尹 "정치 선배 좋은 말씀 들어"

윤 전 총장은 이날 서울 종로구 한 중식당에서 안 대표와 공개 회동했다. 그는 안 대표에게 “정치 대선배이시니 좋은 말씀 부탁드린다”며 한껏 몸을 낮췄다. 1시간 50분의 만남 후 윤 전 총장은 “정권교체와 협력을 어떻게 해나갈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안 대표도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계기가 됐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두 사람은 선의의 경쟁자인 동시에 협력자로서 야권 중도확장 및 실용정치 필요성, 정책 연대 지속 등에 합의했다.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 선언 후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이 아닌 다른 정당 소속 주요 인사와 얼굴을 맞댄 건 처음이다. 보수뿐 아니라 중도층도 끌어안는 외연 확장 시도로 해석된다. 문재인 정부에 비판적이고 정권교체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사들을 모으겠다는 ‘윤석열식’ 반문 빅텐트 구상의 일환이기도 하다.

'윤석열식 밀당' 목적은 몸값 키우기

윤 전 총장은 국민의힘에 곧장 합류하지 않겠다는 뜻도 재차 내비쳐 ‘정치인’으로서의 몸값을 최대한 높이겠다는 의중을 드러냈다. 윤 전 총장 측은 “제3신당 창당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의힘 입당 여부는 “여러 선택지가 열려 있다고 봐달라”고 말해 다양한 해석 여지를 남겼다.

윤 전 총장이 혈혈단신보다 확실한 연대 세력을 구축해야 정치적 입지가 굳건해 질 것이란 판단도 있다. 또 다른 측근은 “지금은 국민의힘에 대한 국민들의 호감이 많이 높아져 윤 전 총장의 힘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세대교체와 정치혁신을 내건 이준석 대표 체제 출범 후 국민의힘은 상승세다. 여론조사기관 갤럽 조사를 보면 윤 전 총장이 사퇴한 직후인 3월 둘째 주 지지율(24%)은 국민의힘(25%)과 비슷했다. 이달 첫 주에는 국민의힘이 32%로 윤 전 총장(25%)보다 높다.

尹 측 "김종인과 언젠가 만난다"

윤 전 총장 측은 야권의 최종 대선 후보가 되려면 선거 책사 김종인 전 위원장의 조력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인정하는 분위기다. 캠프 관계자는 “‘1타 강사’를 먼저 찾아 전반적 전략에 대한 족집게 과외를 받을 수도 있지만, 과목별 학습을 거친 뒤 전체를 총괄하는 강사를 만나도 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윤 전 총장의 밀당 전략의 성공 여부는 아직 장담할 수 없다. 안 대표와는 ‘중도 연대’를 구축했지만, 국민의힘 안에선 윤 전 총장이 “너무 간을 본다”는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윤 전 총장에 대한 공격포인트가 없다면 모르겠지만, 장모 구속 등 악재가 많은 상황 아니냐”며 “당의 도움을 하루 빨리 받아야 한다”고 했다. 물론 이준석 대표는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이루는 야권 빅텐트 일원이 되겠다는 의지를 계속 표출하시는 게 아니겠느냐”며 말을 아끼고 있다.

안 대표와 불편한 사이인 김종인 전 위원장도 이날 국민의힘 대선주자 원희룡 제주지사의 포럼 출범식에 참석해 “(윤 전 총장과의 회동) 계획은 전혀 없다”고 일축했다.

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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