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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감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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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수요일과 금요일 선보이는 칼럼 '메아리'는 <한국일보> 논설위원과 편집국 데스크들의 울림 큰 생각을 담았습니다. 한국일보>
여야의 대선후보 대진표가 만들어지고 있다. 여당에서 주자 8명의 경선이 진행 중이고 야권 출마자는 15명이 넘을 것이라고 한다. 대통령 하려는 사람들이 20명을 넘는 것도 놀랍지만, 이들이 모든 일을 해낼 듯 자신만만해하는 모습에 두 번 놀라게 된다. 아직은 초반인 이유도 있으나 미성숙한 사춘기 청소년들에게 일어나는 중2병이 이들 모습에 오버랩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후보들은 별의 순간을 기다릴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선 그 별이 미래의 길을 밝혀 주면 정말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잔뜩 힘을 준 후보들의 발언과 약속은 많지만 심금을 울리는 한 방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유권자를 헤아리는 진정성과 방안이 있어야 하나 이보다는 원칙의 나열과 격문 같은 성토가 주를 이룬다. 그래서 변별력이 떨어지는 물 경선, 물 대선이 되지 않을지 하는 걱정이 없지 않다.
대선 정국이 달아오르면 주자들의 성적표, 여론조사 결과에 관심이 쏠리기 마련이다. 벌써 선두권 후보들에게 과도하게 이슈가 집중되면서 부작용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1, 2위 후보들이 내놓은 이슈만 해도 따라가기에 숨이 벅차고 혼란스럽다. 더욱이 이들이 주도하는 이슈의 진폭은 워낙 큰 데다, 보수나 진보 쪽 모두 성급하고 고집불통 같다. 다른 후보들은 실력을 발휘할 기회마저 사라지고 있다.
선두권 주자들은 서로 다른 말을 하는 것 같지만 한발만 물러서면 공통점이 드러난다. 자신들의 견해가 유일하게 유효하다고 스스로 믿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의 옮음에 대해 동의를 구하거나, 성찰적인 말을 하지 않는다. 되레 사람들 심리의 근저에 자리 잡은 휘발성 큰 정서를 끌어내 분노와 증오를 증폭시키려 하고 있다.
현대사 이슈에선 이런 양상이 심각해 보인다. 누구, 어느 국가를 악마화하거나, 구세주로 만드는 것은 1970~80년대 대학 초년생들 인식 수준이다. 지금 대중은 탈이념화로 가고 있는데 아직 이념지대에 남은 후보들만 흙탕물을 뿌려대는 격이다.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닐진대 선악의 잣대로 재단하니 이슈 수용자로선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코로나19가 가져온 진짜 바이러스인 정치 극단화의 토양은 갖춰진 마당이다. 미국 퓨리서치의 최근 선진 17개국 조사에서 한국은 60% 넘게 정치 극단화가 더 커진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에게 대통령은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 지금까지 경험한 이승만, 박정희부터 박근혜, 문재인까지 12명의 대통령을 떠올려보면 평가는 다르겠지만 나름 공감할 경험칙은 있을 것이다. 중도적 입장에서 보면 극단적인 우파에 절망했고 세상물정 모르는 좌파에 좌절했을 것이다. 여기서 얻을 수 있는 최소한의 결론은 진보든 보수든 대통령은 완벽한 사람도, 뛰어난 사람도 아니란 사실이다.
그런데도 대선 때만 되면 이런 경험칙과 달리 똑똑하고 완벽하며 능력과 인품도 훌륭한 사람을 찾게 된다. 후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뜯어보며 부질없는 일을 하는 것이다. 이처럼 대통령감을 찾는 큰 이유는 대통령이 국민의 대표가 아니라 통치자라고 믿기 때문일 것이란 분석은 일리가 있다.
영화 ‘광해’를 보며 먹먹해지는 것도 백성과 함께하는 그런 왕을 가져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영화 속 허균은 속성 제왕학을 가르치며 ‘정치는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냥 정치일 뿐이다’라고 한다. 아무리 천재적인 대통령이라 해도 임기 5년은커녕 10년을 해도 그 많은 현안을 해결하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자기 나름의 대통령감을 찾아내 무조건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가장 쉬운 대선 후보 선택일 수 있다. 하지만 맹목적인 열광에는 자기도피의 심리가 깔려 있기 마련이다. 아직은 열광하는 후보일수록 너무 뜨거워지지 말고 냉정하게 바라봐야 한다. 무엇보다 독재권력에게서 피 흘려 찾은 민주주의를 훼손하지 않을 후보, 국민이 용납하지 못하면 자리에서 내려올 후보인지부터 따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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