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미술관 서울 건립, 지역 간 문화 격차 외면 말아야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 브리핑룸에서 '국가 기증 이건희 소장품' 활용 방안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화체육관광부가 7일 이건희 삼성 회장 기증 미술품을 소장·전시할 '국가기증 이건희 소장품관'을 서울 용산이나 경복궁 옆 송현동에 건립하기로 했다. 전문가위원회를 구성해 2만3,000여 기증품 운용을 논의한 결과, 통합 관리의 필요와 활용 면에서 국립중앙박물관이나 국립현대미술관 인근에 별도 기증관을 짓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건희 기증관 건립을 두고는 그간 기존 박물관을 활용하거나 별도 건립하되 근대미술관으로 삼자는 미술계 요구가 있었다. 지자체들도 연고를 주장하며 유치 경쟁을 벌였다. 새로 건립하려면 최소 수백억 원의 예산이 드는 점이나 기증 작품 망라보다 국내에 없는 국립근대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는 방안은 고려할 만한 지적이다.

그러나 전에 없던 기증 규모로 볼 때 기증자 이름을 내건 새 미술관 건립의 필요성도 없지 않다. 중앙박물관이나 현대미술관 소장고에 여유가 없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작품을 대중적으로 즐길 수 있도록 한다는 접근성 측면에서 볼 때 서울 건립은 애초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다만 이번 결정이 지역 간 문화 격차를 키운다는 지적을 흘려들어서는 안 된다. 문체부는 내년 하반기부터 연 3차례 이상 지역별 대표 박물관과 미술관을 순회하는 기증품 전시회를 열고 별도로 기증받은 지방박물관과도 협력해 관람 기회를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함께 내놓은 지역의 국립문화시설 확충과 특화 문화시설 지원이 입발림 약속이 아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