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베일리서 등장한 '만점 청약 통장'... 내 점수는 한숨만

입력
2021.07.04 11:00

편집자주

부동산 전문가가 자산관리도 전문가입니다. 복잡한 부동산 상식 쉽게 풀어 드립니다.

최근 서울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에서 만점짜리 청약가점 통장이 등장했다. 사진은 지난달 17일 오후 한강 변의 한 아파트 단지 건축 현장. 뉴스1

최근 아파트 분양시장에서 누가 뭐래도 가장 '핫'한 이슈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청약이었습니다. 수도권 아파트 가격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데 매매보다 저렴한 가격에 서울 강남에서, 그것도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였거든요.

강남답게 가장 작은 평형의 분양가도 9억 원이 넘었습니다. 그래도 주변 시세에 비해 60%가량 저렴해 '로또 아파트'로 통했습니다. 서울에서 역대 가장 높은 3.3㎡당 분양가(5,653만원)가 책정됐지만 인근에 있는 아크로리버파크의 3.3㎡당 시세는 1억 원이거든요.

경쟁이 치열한 건 불보듯 뻔했습니다. 1순위 청약접수 결과 총 224가구 모집에 3만6,000여 명이 몰렸습니다. 평균 경쟁률 161.2대 1. 청약 가점 커트라인이 어디까지 높아질지 사람들의 관심이 커졌죠. 결국 원베일리의 청약당첨자 평균 가점은 72.9점을 기록, 이전 최고였던 서울 은평구 DMC센트럴자이의 71.1점을 갈아치우며 역대 최고 기록을 달성했습니다.

특히 청약을 노리는 무주택자들은 원베일리 청약에서 84점 만점짜리 청약통장이 등장한 것에 놀랐습니다. 84점은 부양가족이 6명 이상에, 무주택 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모두 15년이 넘어야 받을 수 있는 꿈 같은 점수입니다.

이런 서울의 청약 '고가점화' 현상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사실 올해 청약 만점통장도 원베일리가 처음은 아니거든요. 지난 1월 강동구 힐스테이트리뷰빌강일에서 이미 84점짜리 청약통장이 등장했습니다. 평균 당첨가점도 높습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서울에서 분양된 아파트의 평균 당첨 가점은 67.17점이나 됩니다. 청약 경쟁이 치열한 요즘 어떻게 하면 내 청약 점수를 올릴 수 있을까요.

"도대체 저 많은 고점자들은 어디서 온 거야?"

<청약 가점 산정기준>


총 가점가점 기준
무주택 기간32점1년 미만(2점)
1~2년(4점)
2~3년(6점)

14~15년(30점)
15년 이상(32점)
부양가족35점0명(5점)
1명(10점)
2명(15점)

5명(30점)
6명 이상(35점)
청약통장 가입기간17점6개월 미만(1점)
6개월~1년(2점)
1~2년(3점)

14~15년(16점)
15년 이상(17점)

청약 가점제를 따져보기 위해선 먼저 주택청약제도에 대해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77년 8월 주택난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주택 분양 시 주택청약제도를 시행했습니다. 1년 뒤인 1978년부터는 민영주택에 확대 적용되면서 모든 아파트가 청약을 통해 입주자를 모집하게 됐습니다.

주택 청약을 위해선 청약통장이 필요합니다. 청약통장은 연령 또는 주택 소유와 상관없이 국내 거주자라면 누구나 만들 수 있습니다. 시중 9개 은행에서 가입이 가능한데, 매달 2만 원에서 50만 원 사이 금액을 자유롭게 납입하면 됩니다.

그런데 청약을 '추첨제'로만 한다면 다른 사람들보다 집이 필요한 사람이 혜택을 보지 못하는 불상사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마련한 제도가 바로 '청약 가점제'입니다. 즉 같은 순위 내에서도 오랜 기간 무주택자로 고생하는 등 집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먼저 기회가 주어지도록 우선 순위를 나눈 것입니다.

청약가점제 기준은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한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에 자세하게 명시돼 있습니다.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 35점(6명 이상) △무주택기간 32점(15년 이상)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15년 이상) 등 총 84점 만점으로 구성됩니다. 각 항목마다 기준이 세분화돼 있습니다.

손쉽게 저를 예로 들어볼까요. 저는 30대 초반 미혼으로 부양가족이 없습니다. 주택청약통장은 초등학생 시절 만들어서 15년이 지났고, 무주택 기간은 분가한 지 4년이 지났습니다. 계산해보면 제 청약 가점은 △부양가족 5점(0명) △무주택기간 10점(4년 이상~5년 미만) △청약통장 가입기간 17점(15년 이상), 총 32점입니다. 만점에는 턱없이 부족한 점수입니다.

"청약가점제 손보자" 불만 터져 나오는 이유

지난달 30일 경기 김포시의 한 아파트 단지 상가 중개사무소에 아파트 매매 및 전세 시세를 알리는 매물표가 게시돼 있다. 뉴스1

래미안 원베일리 1순위 청약에서 제가 당첨되는 경우의 수를 따져봤습니다. 일단 당장 결혼부터 해서 아이 3명을 낳아야 합니다. 비혼주의나 저출산은 용납되지 않습니다. 이후 15년간 주택 구입 없이 전월세를 전전하면 74점이라는 점수를 받을 수 있습니다. 원베일리 평균 청약가점(72.9점)을 간신히 넘는 수준입니다. 물론 당첨됐다 하더라도 분양가를 낼 수 있는 건 둘째 문제입니다.

4인 가족(부양가족 20점)을 기준으로 하면 무주택기간과 청약통장 가입기간에서 모두 만점을 받아도 69점으로 원베일리 평균 당첨 커트라인보다 낮습니다. 이런 이유로 20, 30대가 소위 '영끌'과 '갭투자', 법원 경매에 목을 매고 있는 현실입니다.

물론 가점제로만 청약이 이뤄지는 건 아닙니다. 공공분양의 경우 가점제가 아닌 순위순차제가 적용됩니다. 무주택 기간 3년만 충족하면 저축 총액이나 납입 횟수가 많은 순으로 당첨자를 선정합니다. 민간분양의 경우에도 입주자를 선정할 때 일정 비율의 물량을 무작위 추첨제로 선정합니다.

청약시장에서 소외된 2030세대를 위한 제도도 있습니다. 신혼부부나 생애최초 등을 위한 특별공급 물량이 그것입니다. 계약취소 물량의 무순위 청약, 일명 '줍줍'을 노려볼 수도 있습니다. 무순위 청약은 청약통장 소지 여부와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 무주택자라면 누구나 신청 가능합니다. 모든 물량이 가점제가 아닌 추첨제로 당첨자를 선정합니다.

하지만 가점제가 아닌 청약 물량이 지극히 소량인 것은 여전합니다. 1인 가구나 미혼 가구 등은 소외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가점제 청약제도에 대한 불만이 쏟아져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승엽 기자
부.전.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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